지난 10여년동안 상호협력과 대립을 반복하며 애증(愛憎)관계를 보여온 게이츠와 케이스는 WEF 참석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인터넷산업의 미래를 두고 자존심을 건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기술력과 컨텐츠를 두고 두 사람이 벌인 논쟁은 인터넷의 미래를 둘러싼 두 기업의 전략차이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게이츠 전 회장은 회의장에서 지난달 AOL의 타임워너 인수와 관련, 『전문성도 없으면서 MS가 갑자기 영화 스튜디오를 갖는다면 우스운 일이 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MS는 잡지나 다른 컨텐츠 업체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 소프트웨어를 매우 강력한 도구로 만드는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케이스 회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인터넷의 미래는 기술력이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케이스 회장은 이에 대해 『소비자를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지 기술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합병으로 우리는 이전에는 양사 모두 불가능했던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고 응수했다. 그는 『소비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얻고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최근 독점판정으로 소비자 신뢰에 상처를 입은 MS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컨텐츠와 결합되지 않은 기술력은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케이스의 입장.
게이츠와 케이스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둘은 지난 93년 처음 대면한 이래 사안별로 갈등과 협력을 벌여오며 라이벌 의식을 키워왔다.
AOL 설립초기인 93년 케이스는 MS의 공동창업자이자 게이츠의 오랜 친구인 폴 앨런이 AOL 주식매입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저지해달라며 게이츠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 자리에서 게이츠는 케이스에게 『나는 당신 회사의 주식을 20%를 살 수도 있고 전부 매입할 수 있다. 또 독자적으로 사업을 해 당신을 매장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협박을 받은 케이스는 MS를 온라인 세계의 적으로 간주했다.
이런 적대적 관계는 지난 96년 게이츠가 케이스에게 전화를 걸어 AOL의 기본 브라우저로 익스플로러를 채택해 줄 것을 제안하면서 밀월관계로 바뀌게 된다. MS는 당시 넷스케이프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익스플로러를 보급할 목적으로 AOL에 누구나 탐내온 윈도 OS의 한 자리를 내주겠다고 제시했다. 케이스는 MS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합병까지 생각했던 넷스케이프측에 등을 돌렸다.
하지만 AOL은 몇년 뒤 원래의 계획대로 넷스케이프를 인수하고 최근에는 타임워너까지 합병하면서 두 사람 관계의 밀월관계는 다시 경쟁관계로 급변했다. 특히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AOL은 MS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애증을 되풀이해온 게이츠와 케이스의 개인적 관계와 맞물려 인터넷산업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