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어학대가 허웅-류렬씨 극적 해후『반갑습니다.』『반갑습네다.』
남과 북에서 각각 손꼽히는 국어학자인 허웅(許雄) 한글학회 이사장과 류렬(82) 김일성대 교수가 50년 만에 만나 나눈 첫 인사말이다.
17일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단 환송회 자리에서 극적 해후를 나눈 이들 두 사람은 포옹을 수차례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許이사장이 먼저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관광은 재미있었냐』고 묻자 류 교수는 『(이날 오전 둘러본 창덕궁에 대해) 기본 골격은 변한 것이 없는 듯했다』며 『오랜 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날 30분 가량 가족상봉과 간간히 남한문화에 대해서도 얘기를 주고 받았다. 류 교수는 『남측 아이들은 외국어를 너무 많이 쓴다』며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을 건넸다.
한편 류 교수가 홍익대에 다닐 지난 49년 당시 제자였던 이상태(75)씨가 쉐라톤워커힐호텔로 이틀째 직접 찾아왔지만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보는 이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제자 이씨는 『등록금만 들고 무작정 상경한 나를 선생님이 일년 이상 서울 돈암동 자택에서 숙식하게 해주고 학비와 용돈까지 대줬다』며 회고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8/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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