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면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퍼즐 맞추기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예고되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힘을 실었던 일부 고위 인사의 차관 승진이 막히는가 하면 다른 고위공무원 승진 후보군 사이에도 검증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5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최 경제부총리의 추천으로 타 부처 차관 물망에 올랐던 한 정부 고위인사가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완강한 반대로 미끄러졌다. 고배를 마신 당사자는 과거 민간과 관련해 경미한 문제로 인사상 불이익을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는데 차관 검증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재차 들춰진 것이다.
이를 놓고 관가에선 두 가지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2기 내각 조각과정에서 일부 각료 후보자들이 도덕적 문제 등으로 낙마한 후유증으로 인해 김 실장이 새삼 검증 칼날을 갈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 정부의 빅파워로 꼽히는 최 경제부총리와 김 실장이 은근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기재부 신임 차관 인선 결과를 놓고선 김 실장이 힘을 실어줬던 일부 고위인사가 쓴잔을 마셨다는 평가가 관가를 돌기도 했다. 둘 중 어떤 이유가 됐든 기재부의 후속 고위공무원단 인사구도에는 녹록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관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재로서는 청와대 검증만 통과한다면 새 예산실장에 송언석(행시 29회) 예산총괄심의관, 세제실장에 문창용(28회) 조세기획관의 승진 구도가 유력시된다. 문 기획관의 승진시 후임으로는 최영록(30회) 재산소비정책관이 가고 최 정책관의 자리에 한명진(31회) 조세기획관이 이동하는 구도 역시 유력하다. 이때 신임 조세기획관이나 공석인 관세정책관 자리에는 안택순(32회)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이 앉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보(28회) 차관보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최원목(27회) 기획조정실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각각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 경우 최상목(29회) 정책협력실장, 김철주(29회) 경제정책국장이 후임으로 유력시된다. 은성수(27회) 국제경제관리관은 당분간 유임될 수 있다. 다만 전임이었던 최종구(25회)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의 거취에 따라 은 관리관이 후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금융 당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상규 신임 조달청장의 영전으로 빈자리가 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 자리는 민간인에게도 열린 개방직이기는 하지만 현직 행시 28회나 30회 간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기재부의 주요 28회 간부로는 곽범국 국고국장, 이태성 재정관리국장, 최광해 공공정책국장 등이 꼽힌다. 기재부 30회 간부 중에서는 김용진 대변인, 고형권 정책조정국장, 노형욱 사회예산심의관 트리오가 첫 1급 승진 후보군의 물망에 오른다.
다만 이 같은 구도는 모두 검증에 무사 통과했을 경우다. 만약 검증 등의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생긴다면 오는 10월 임기를 마치는 윤종원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의 후임직이 조커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임 현오석 부총리 재임 시절에 고위공무원 인사가 1년6개월가량 막혔던 터라 최 경제부총리 취임 후에는 인사적체가 확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재부 내에서 과도하게 증폭되고 있다"며 "이번 인사가 최 경제부총리에 대한 리더십 시험대처럼 비쳐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