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철강·화학·조선·자동차·전기전자 등 국내 주요 수출업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 경기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대(對)유럽 수출 비중이 높거나 중국을 통해 중간재나 소재 품목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실적이 덩달아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중국·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비중이 높은 수출 지역이며 중국의 최대 수출 지역이다. 유로존이 기침(경기둔화)을 하면 중국이 감기(수출위축)에 걸리고 다시 한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조선·철강·화학 등의 업종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 아래 오랜 기간 침체를 겪어오다 최근 들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유로존 경기침체로 중국까지 흔들리면 이들 지역의 수출비중이 높은 수출업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유럽 경기둔화에 따른 외국인의 투자심리 악화로 급락한 가운데 철강·화학·조선 등 유럽 경기 관련 업종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로존의 경기침체로 '유로존 수요 둔화→중국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위축→국내의 수출 민감업종 타격'이라는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대표적 철강주인 포스코는 전날보다 1.46%(4,500원) 하락한 3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제철 역시 2.45% 하락했다. 화학업종에서는 LG화학이 전날보다 2.95%(7,000원) 낮아진 23만원에, 롯데케미칼은 1.79% 떨어진 13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우조선해양(-2.88%), 현대중공업(-1.67%) 등 조선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존은 중국의 최대 수출 지역,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라면서 "유로존 경기가 부진하면 조선·자동차·IT 같은 대유럽 수출업종은 물론 철강·화학 등 중국 수요에 민감한 업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종은 최근 2~3년간 유럽과 중국 경기둔화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계속 바닥권을 형성했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지난 7~8월 크게 올랐던 포스코를 제외하면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올 3·4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3·4분기 예상순이익은 1,498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이 1,000%를 넘는다. 삼성중공업(-10.74%), 대우조선(-30.15%) 등 다른 조선업체도 마찬가지다. 화학과 철강업종의 대표주 역시 적게는 9%에서 많게는 63%까지 전년 대비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론도 있다. 유로존의 경기둔화가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 예전부터 노출된 리스크라는 것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최근 급격하게 빠지는 것은 유럽이나 중국의 경기둔화보다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와 같은 환율 요인"이라면서 "하반기로 갈 수록 원·엔 환율이 진정되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코스피가 전고점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이 이들 업종을 저가로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