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종잣돈 1억원 만들기, 3억원 만들기 금융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종잣돈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게 밟힌다.
스물한살. 세상 물정 모르는 나이에 나는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팔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족들 고생이 심했다. 생계를 위해서 돈 되는 일을 해야 했고 남대문시장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행상 아주머니가 30분 만에 5만원 정도를 벌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린 마음에 나도 ‘내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달 아르바이트비로 받은 27만5,000원으로 도매상가에서 옷을 떼다가 팔았다. 무모한 결심이었다. 하지만 욕심이 많은 나는 목청 높여 옷을 팔았고 3시간 만에 물건이 동이 나는 경험을 했다.
처음으로 돈 버는 재미를 알았다. 전 재산이던 27만5,000원으로 시작한 장사가 조금씩 불어나면서 반드시 큰 돈을 벌겠다는 꿈을 키우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행상을 하면서 속으로 눈물을 삼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이것도 못하면 한강에 빠져 죽는 게 낫다”는 각오로 버텼다. 가끔 번듯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놀러왔지만 그들을 부러워할 여유가 없었고 오직 손님들의 시선을 어떻게 사로잡을까만 고민했다.
27만5,000원을 시작으로 7년간 열심히 일해서 1억원을 모았고 1억원으로 화장품 대리점을 차렸다. 그 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연 매출액 1,500억원을 바라보게 됐다.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좌절하기보다 일에 더 열중하며 극복해왔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늘 꿈꾸던 일이 생각보다 이른 마흔에 한발짝씩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가슴이 일렁일 때가 있다.
지금도 나는 현재의 모습보다 훨씬 큰 꿈을 그린다. 물론 기초 실력이나 노력 없이 꿈을 꾸면 열매를 맺기 어렵다. 비록 손 안에 27만5,000원밖에 없었지만 사업가가 돼 있는 모습을 꿈꾸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꿈은 크게 가지고 볼 일이다. 내가 큰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모습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큰 꿈을 꾸면서도 삶에 지치고 체념에 익숙해져서 막연한 꿈으로만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나 꿈을 이루는 방법은 그 꿈을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