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요셉과 펀드윤리

권성철 한국투신운용 사장

[로터리] 요셉과 펀드윤리 권성철 한국투신운용 사장 권성철 한국투신운용 사장 옛날 옛적 찰톤 헤스톤(모세역)과 율 브리너(람세스역)가 열연했던 ‘십계’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을 그린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다. 엑소더스의 배경을 거슬러올라가면 이집트로 팔려온 한 소년에서 시작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3대 조상 야곱에게는 여러 아들이 있었으나 노년에 얻은 요셉을 더 사랑했다. 이를 시기한 형들은 17살된 요셉을 사막을 왕래하는 상인에게 팔았고 이집트에 이른 그 상인은 그를 왕궁 시위대장의 손에 넘겼다. 성경에 의하면 “요셉이 그 주인에게 은혜를 입어 섬기매 그가 요셉으로 가정총무를 삼고 자기 소유를 다 그 손에 위임했다”고 한다. 아마 ‘얼짱’에 정직하고 부지런했던 모양이다. 여하튼 주인은 공무로 바쁜 사람이라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았다. 하루는 ‘주인의 처가 요셉에게 눈짓하다가 동침하기’를 청했다. 요셉은 단호히 거절했다. “나의 주인이 가진 제반 소유를 간섭하지 아니하고 다 내 손에 위임하였으나 금한 것은 당신뿐이니 당신은 자기 아내임이라, 그런즉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리이까.” 원칙을 지키는 사람의 단순한 결정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그리 공정하지 않아 요셉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이 고귀한 원칙 때문에 다시 살고 결국에는 왕국의 2인자 격인 총리에 오른다. 첫머리에 나오는 ‘선량한’ 관리자에게도 이런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선량하다는 말에는 양심적이라는 뜻 말고도 ‘나 대신(fiduciary)’이라는 뜻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즉 내 돈같이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의 필요에 맞는’이라는 말도 실은 ‘나 대신’에 다름 아니다. 요즘같이 돈이 모든 노력의 잣대가 되고 자기의 이익만 챙기는 세상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은 설 땅이 없을지 모른다. 더욱이 고객이 ‘나 대신’에 충실한 사람을 반드시 알아볼 거라는 보장도 없다. 설령 알아본다 하더라도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자산운용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후배들에게 서슴지 않고 말한다. 오래 살아 남으려면 이 ‘나 대신’ 의무에 충실하라고. 입력시간 : 2004-09-15 16:49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