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이다. 세금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과세기간이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규정되어 있는 소득세법체계로 연간 소득에 대한 윤곽을 가늠할 수 있고, 남은 2개월 간의 소득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중간점검시기를 놓치고 새 해를 맞이하면 상당히 찜찜한 기분을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금융자산 투자자의 경우 수익에만 신경 쓰면서 정작 세금관리는 소홀하다가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무엇을 챙겨봐야 하는 것일까.
◇금융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확인 필요=금융소득이 얼마인지 단지 지점이나 객장의 영업직원 말만 들을게 아니라 내 눈으로 확인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서류가 '원천징수영수증'이다. 내가 투자한 금융상품에서 이자나 배당이 발생하면 '이자배당소득 원천징수영수증'에 그 금액이 지급된 날과 지급액, 세율 등이 기재되고 원천징수세액도 기재가 된다.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수익과 실제 국가가 집계할 소득을 대조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그런데 이런 원천징수영수증은 거래 금융기관 별로 요청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보호제도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전 금융소득을 금융기관끼리 공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올해부터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종합소득세신고의무자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소득을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을 느낀 투자자라면 올 해 1월부터 현 시점까지 발생한 총 금융소득이 얼마인지 원천징수영수증을 토대로 확인해보자. 그리고 남은 2개월간의 금융소득도 따져보아 내년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가능성을 예측해 보기를 권한다.
◇해외금융투자자는 주식양도소득과 금융계좌잔액에 주의=국내 금융상품에서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거액투자자들이 해외 금융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 자칫 망각하기 쉬운 것이 바로 양도소득세와 해외금융계좌신고다.
우선 해외주식거래로 발생하는 매매차익은 국내 상장주식 거래 시와 달리 양도소득세 신고가 필요하다. 세율로는 22%(지방소득세 포함)를 과세한다. 만약 보유한 해외주식 중 손실상태에 있는 다른 주식이 있다면 연말 이전에 처분해 이익 난 주식의 매매차익과 상계시켜 과세소득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이익실현은 민첩하지만 손실실현은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말 손실실현에 인색하면 이익 난 해외주식 과세는 과세대로 하고, 손실은 손실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해외주식매매거래내역서를 토대로 신고해야 할 과세소득을 미리 파악하고, 혹시 손실실현이 가능한 다른 보유주식이 있다면 일단 처분 후 재매수하더라도 연말 이전에 손실실현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양도소득세를 낮출 수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자로 선정되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란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이 매 월말 기준으로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금융계좌정보를 매년 6월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는 제도이다. 원금이 아니라 평가액이라는 점에 조심해야 한다. 만약 보유한 해외금융자산 잔고가 월말에 10억원을 넘는 날이 생기면 신고를 피할 수 없다. 불이행 시 미(과소)신고금액 구간별로 최소 4%, 최대 10%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미(과소)신고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면 인적사항의 공개와 더불어 형사처벌(2년이하 징역 또는 미(과소)신고금액의 10% 이하 벌금)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거액 주식투자자는12월 31일을 잊지 말아야=특히 한 종목만 매수한 투자자라면 연말에 반드시 체크하고 넘겨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대주주해당 여부다. 12월말 법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보유주식의 지분율과 시가총액으로 대주주를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주주과세가 올해 강화되면서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보유 종목인 경우 지분율 2% 이상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 보유 시, 코스닥시장 보유 종목인 경우 지분율 4% 이상 또는 시가총액 40억 이상 보유 시에는 그 다음연도 내내 한 주를 매각하더라도 주식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신고납부의무를 부담한다.
소액주주는 장내 주식매매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대주주가 되면 이런 혜택 없이 매매를 해야 하므로 가급적 대주주가 되지 않는 것이 좋다. 의외로 대주주 피하기는 간단하다.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도록 일부 주식을 매각하여 지분율과 시가총액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사실 지분율의 경우 연도 중에도 대주주 기준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 때 본인만 대주주를 피하면 된다고 오해해 가족명의로 같은 종목의 주식을 분산해 보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 생각한 것이다. 대주주요건은 특수관계인의 주식과 합산해 판정하기 때문이다. 즉 부부가 한 종목을 각각 1%씩 가지고 있다면 개인 지분만 따져서는 대주주가 아닌 것 같지만 부부 합산해서 2% 이상이 되어 부부 모두 대주주가 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투자수익에만 신경 쓰는 시기는 지났다. 자산관리전문가인 PB조차도 혀를 내 두를 만큼 세무문제는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누구도 챙겨주지 못하는 내 소득과 세금, 거액투자자라면 연말에 꼼꼼히 되짚어볼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