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의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중국발 부동산 거품붕괴 논란에 불이 붙었다. 부동산 거래면적과 가격이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표악화가 "차이나 리스크의 주요인으로 지적돼온 부동산 거품붕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중국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1~2월 부동산 판매현황에서 상품방(매매 가능한 모든 건물)의 판매면적은 1만466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했으며 판매 가격도 7,090억위안으로 3.7% 줄어들었다. 하락세를 이끈 것은 주택이다. 주택 판매면적은 9,377㎡로 1.2% 감소했고 가격은 5,985억위안으로 5.0%나 하락했다.
이에 대해 국가통계국은 1월 말~2월 초 춘제(설) 연휴의 영향과 지방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축소, 부동산세 등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통상 춘제 이후 주택 구매심리가 자극되는 점을 감안할 때 지표악화는 춘제의 영향이라기보다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웨옌순 커웨이부동산 부총경리는 "중앙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과 은행대출 축소 등으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부동산이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마저 둔화하기 시작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전국 부동산 개발 투자금액은 7,956억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19.3%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0.5%포인트 둔화했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자금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이 기간 부동산 개발자금은 대출조건 강화로 전년 대비 14.5% 줄어든 2조1,264억위안에 그쳤다.
경제전문지 차이징은 "저장성 항저우 등 일부 도시의 부동산 개발업체가 토지 투매에 나서고 개발업체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등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주요 도시의 부동산 거래와 가격위축은 차이나 리스크의 주 요인으로 지적돼온 부동산 거품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해소를 원하지만 급격한 부동산 거품붕괴는 원하지 않는다. 자칫 부동산 거품붕괴가 전체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전문가인 앤디 시에는 "부동산 개발에 많은 대출을 해준 중국 국유은행들은 거품붕괴로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이는 다시 실물경제의 주체인 기업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신형 도시화라는 중국 정부의 무기가 부동산 거품붕괴를 막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처우바오싱 중국 주택건설부 부부장은 최근 열린 양회에서 "도시화 과정이 한창인 중국에서 10년 내 부동산 거품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만 부동산 통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국부적으로 유령도시 '어얼둬쓰'나 원저우 부동산 거품 같은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사모펀드 투자업체이 GAW캐피털파트너스의 굿윈 거 회장도 "중국 정부의 주요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로 10~15%의 가격조정을 받겠지만 붕괴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이날 올해 주택건설에 1조위안(약 174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신형 도시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국영중앙TV(CCTV)에 따르면 국무원은 오는 2014~2020년 '국가 신형도시화 규획'에서 2020년까지 중국 상주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60%, 호적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45%까지 늘려 약 1억명의 농민을 도시인구로 편입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의 상주인구 도시화율은 53.7%, 호적인구 도시화율은 36%에 불과하다.
국무원은 신형 도시화를 위해 우선 올해만도 1조위안이 넘는 자금을 판자촌 재개발 사업에 투입해 475만가구 이상의 거주환경을 바꿀 방침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500만명 이상의 특대형 도시 인구는 통제한다. 전문가들은 도시화율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7조위안의 내수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