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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백화점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데 왜 국내 백화점들은 재고 부담을 기업에 고스란히 떠넘기는 외상매입만 고집하는 겁니까?"
"판촉비용의 상당 부분을 납품업체에 전가하거나 독점 공급을 요구하고 재고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팔아본 업체라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이런 문제가 적발되도 제재가 경미하니 불공정거래 관행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주재로 22일 서울 서초 한국벤처투자 회의실에서 열린 '아이디어 상품·기술혁신제품 시장진입 촉진을 위한 업계 간담회'에서는 백화점·마트·TV홈쇼핑 등 유통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은 물론 '최저가 낙찰제' 위주의 정부·공공기관의 공공조달 입찰방식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다.
가장 먼저 대형 백화점의 외상매입(특약매입)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간담회에 참석한 백화점·대형마트 납품업체 A 대표는 "특약매입은 납품업체로부터 반품 조건부로 상품을 외상 매입하고 판매수수료를 뺀 나머지 대금만 납품 업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대형유통업체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대표적 방법"이라며 "외국 백화점은 대부분 직매입 방식인데 국내 백화점은 특약매입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소수 대기업이 유통을 지배하다 보니 불공정거래가 만연해 있다"며 과감한 개선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에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각종 판촉 비용을 전가하는 TV홈쇼핑의 불공정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TV홈쇼핑에 납품하는 B 대표는 "판매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내는 정률제가 아닌 일정 수수료를 내고 방송 시간을 사는 정액제 방식이 대부분이라 중소기업으로서는 방송 판매 실적이 한번이라도 저조하면 다시 홈쇼핑 판매에 나서기가 어렵다"며 "여기에 중소기업에 대기업보다 비싼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는 데다 판촉물구입·배송비 등 각종 비용을 전가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 출혈 경쟁을 야기하는 공공조달 시장의 '최저가 낙찰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공조달 납품기업을 회원사로 둔 C협의회 회장은 "공공조달 시장에 납품하는 공공기관들이 최저가 낙찰제를 선호하다 보니 덤핑수준에서 낙찰자가 결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여기에 기술개발제품보다 수입자재를 선호하는 기관들이 많아 중소기업의 R&D 의지를 꺾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