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주식 매수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매수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최근에는 3일 연속 하루 평균 600억~700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종합주가지수 역시 3일만에 50포인트 가까이 급반등해 12일에는 350포인트대로 올라섰다.
증권 전문가들은 『일본 엔화강세, 미국 주식시장의 침체 조짐,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등이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매수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외국인 주식매수 배경= 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 주식 매수를 촉발시킨 것은 일본 엔화 가치의 강세전환이다. 엔화강세가 아시아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원화가치의 안정으로 환차손에 대한 우려도 희석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이머징마켓은 여타 지역에 비해 세계 금융시장 불안정에 상대적으로 일찍 노출돼 산업 구조조정 노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주가 역시 단기 급락후 악재에 대한 내성을 갖추기 시작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이항녕과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최근 한전, 삼성전자, 삼성전관, 국민은행과 같이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 흐름만 따라잡을 수 있으면 충분히 높은 수익을 얻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여타 국가들에 비해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척됐으며 자산매각등을 통한 기업슬림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 외국인투자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매수자금의 성격= 최근 국내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대형 연기금 또는 뮤추얼펀드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동안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며 매매를 자제해왔으나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침체 양상을 나타내는 것과 맥을 같이 해 부쩍 매수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BN 암로증권 서울지점 송동근이사는 『최근 국내 주식매수에 나서는 외국인투자가들 가운데 헤지펀드는 거의 찾기 힘들다』며 『대부분이 오랜 기간 국내 주식에 투자해 오던 대형 연기금 및 뮤추얼펀드들로 최근 일본 엔화가치가 강세를 지속하고 미국 증시가 침체되자 바닥권에서 탈출하는 기미가 나타나는 한국등 아시아지역에 투자비중을 높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 MSCI지수 조정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자세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미국계 신규투자자들도 상당수가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매수지속될까 = 전문가들은 기아자동차 국제 입찰의 결과에 따라서 외국인 매수 강도가 변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당초 우려와 달리 포드사가 3차 국제 입찰에 참여함에 따라 만일 포드사가 기아차를 인수하게 된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의 구조조정을 가로막아 온 대형 난제가 풀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송이사는 『기아차 문제는 한국의 경제가 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라며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그동안 국내 기업 구조조정에 불만을 나타내오던 여타 외국인투자자들도 대거 주식매수에 가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만 『최근 일본 엔화강세가 일본 경제의 회생가능성 때문이라기 보다 수급상황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라며 『돌발 악재에 따른 엔화가치 폭락이 발생하지 않는 한 외국인 매수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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