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미수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유독 현금 없이도 주식거래가 가능한 증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증권업계의 미수거래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나선 마당에 미래에셋증권이 독특한 증거금 제도를 운용하면서 사실상 미수거래를 조장하는 것은 표리부동한 행위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고객이 주식을 살 때 최소한의 현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에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현금이 없어도 언제든 미수거래를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키움증권 고객이 증거금률 40%를 적용받는 종목을 1천만원어치 산다고가정하면 100만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나머지 증거금 300만원은대용증권(주식)으로 대신할 수 있다.
키움증권 외에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증거금의 25~50% 이상을 현금으로 요구하고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에선 400만원어치로 평가받는 대용증권만 있으면 증거금률 40%를 적용받는 종목의 주식 1천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
이처럼 현금 없이도 미수거래가 가능한 독특한 증거금 제도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은 주식위탁매매 부문 시장점유율에 비해 미수금 규모가 큰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증권사별 미수금 규모는 우리투자증권 2천368억원에 달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2천267억원으로 두번째다.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증권사별 주식 약정 규모를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3위,우리투자증권이 4위였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1천985억원, 현대증권 1천928억원, 키움증권 1천884억원, 대신증권 1천731억원, 대우증권 1천672억원, 삼성증권 1천654억원, 굿모닝신한증권 1천236억원 등의 순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최근 미수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 증거금률을 조정했지만 현금 없이 주식을 살 수 있는 현행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미수금을 축소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임원들은 지난 17일 '자율 결의'를 통해 각자 보유중인 자사주식을 1년간 유가증권신탁에 맡겨 매도하지 않을 것임을 공표했으나, 미래에셋증권과 계열사 경영진 8명이 직전에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