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자행했다는 미 국무부의 `2004 종교보고서'에 대해 국내의 탈북자들은 16일 북한의 실상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보고서에 '주체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독교인을 끓는 쇳물을 부어살해했다'는 내용이 실린 데 대해 미 국무부가 일부 탈북자의 허황된 발언을 여과없이 담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보고서 내용 중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탈북자 이순옥(60.여.미국 거주)씨가지난해 미 의회에서 증언한 기독교인 쇳물살해사건과 생체실험 사건.
이씨의 증언이 언론을 타고 국내외에 알려지자, 탈북자 사이에서는 현재까지 이씨 발언의 진위는 물론 이씨의 신분, 실제 정치범 수용소 생활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탈북자 한모(39)씨는 "북한 인권이 열악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탈북자 입장에서도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서 "미 정부가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보고서에포함시킨 것은 매우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씨와 교분이 깊었던 장인숙 북한이탈주민연합회 회장은 "이씨는 정치범 수용소가 아닌 경제범교화소인 개천수용소에서 8년정도 봉제 노역에 종사했다"면서 "이씨의 증언 내용을 듣고 사실과 너무 달라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씨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너무 과장된 발언을 일삼고 있다"며 "정치범수용소라 할지라도 그처럼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진리' 아이디의 탈북자는 북한 민주화네트워크(www.nknet.org) 게시판에 띄운글에서 이씨의 증언내용에 충격을 받았다며 "1㎏의 철재도 귀하게 여기는 물자 최대부족국가인 북한에서 쇳물을 부어서 죄수를 죽이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작은새'라는 탈북자 네티즌은 "도대체 왜 거짓 진술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거짓말을 꾸며내는 탈북자를 종종 본다"면서 "자유세계라고 해서 거짓말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망팬'이라는 네티즌 역시 "수용소에서 정치점을 죽이는 방법은 주로 강제노동과 굶주림으로 스스로 죽게 만들지 비용을 들여 죽이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종교보고서 내용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는 "정치범 수용소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인물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수용소 생활을 과장되게 증언한 바람에 이씨를 '인민배우'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는 "탈북자가 수천명을 넘어가면서 허황된 증언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북한인권법안 상원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내용이 국무부 보고서에 포함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