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가 지난달 배럴당 20달러 문턱을 넘어선 데 이어 두바이산 원유가 20.17달러를 기록한 지난 20일 미국 뉴욕석유시장의 한 브로커가 내놓은 장세 진단이다.석유전문가들은 지난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이후 지속되고 있는 유가 상승세가 좀처럼 누그러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을 유지했던 꿈의 시절이 과거속으로 사라졌음을 시사하는 분석들이다.
특히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고유가가 큰부담이다. 더욱이 중동의 두바이산 원유는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전체 원유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기준유다. 올해 산업자원부가 계획한 원유수입량 8억7,300만배럴의 75%도 모두 두바이산으로 예정되어 있다.
두바이산 원유가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그래서 더욱 민감하다.
유가상승은 어렵사리 잡아놓은 물가를 밀어올림으로써 인플레를 유발하고 최근 위로 움직이기 시작한 금리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또 무역수지 관리를 어렵게 할 뿐아니라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더 오를까 = 국제 원유가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지난 3월 석유수출국들이 감산 합의를 한 후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OPEC가 감산에 합의한 이후 감산 이행실적은 지난 5월 85%에 이른데 이어 6월에는 90%대를 넘기도 했다. 그만큼 산유국들의 산유량통제가 잘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유세프 유스피 OPEC의장은 내년 3월까지는 산유량을 억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유가강세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비축분을 약 190만배럴 줄여 3,279만배럴수준을 유지한 것도 유가를 밀어올린 요인이란 분석이다.
유가에 가장 큰 변수는 내달 22일 열리는 OPEC회의 결과다. 산유국들의 입장에 따라 감산합의를 지속시킬 지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유가가 상승기조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쿠웨이트, 이란, 베네수엘라등 대부분의 OPEC회원국들은 유가를 부양하자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WTI가격이 배럴당 22달러까지 올라야 산유량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세계 휘발유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도 석유재고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겠다고 발표한 반면 동남아국가들의 경제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로 유가상승추세는 올 연말까지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3저시대 공식 폐막 = 유가가 모두 20달러대로 올라섬으로써 그동안 국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던 저유가, 원저, 저금리등 신3저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과 2년만에 고유가가 끼칠 악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고유가로 물가및 무역수지관리는 당장 급한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최근까지만해도 두바이산 원유가격이 20달러이상 오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해 예측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의 급등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상반기 0.6%상승에 그친 물가를 급등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경연은 고유가가 만들어 낼 인플레→금리상승→성장둔화등 악순환의 고리에 대응키 위한 단기적 방안으로 유류관련 세금인하와 정부 비축유를 정유회사에 임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석 기자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