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0월 8일] 도시 디자인을 다시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눈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시각이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각을 우선하는 것은 요즘만의 특징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작은 소품이나 기껏해야 자동차 정도쯤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시 전체를 통째로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의 산책로나 교량을 디자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도시 건물의 외형적 구조와 색채는 말할 것도 없고 스카이라인과 도로망까지 디자인의 대상이 됐다. 그만큼 도시를 기능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물론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좋은 일이고 형식미학이 잘 갖춰져 있다면 그 내용도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디자인된 도시가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건물 혹은 간판을 어떤 구조적 양식에다가 특정한 색채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된 매뉴얼에 따라 디자인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획일성을 낳는 결과가 된다. 디자인은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형식미학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건물이나 간판 또는 공공시설 등은 건축물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디자인돼야 마땅할 것이다. 도로 조경과 구조, 각종 표시물, 전철이나 시내버스, 공원 등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시설들은 자체의 성격을 절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로 외형과 색채가 디자인돼야 한다. 아울러 주변 환경과의 조화 역시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 대체로 현재의 도시는 개별성에 입각해 건물이나 특정 구조물을 드러내고 있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당연히 시정돼야 할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사고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건물에 대한 철학적ㆍ미학적인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시각적으로 튀는 형태와 색채만을 강조한다면 진정한 디자인의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 유독 요즘 도시적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안정과 마음의 고요를 줄 수 있게 디자인된 도시가 그리운 것은 아직도 정제된 도시의 디자인이 부족해서는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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