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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수출·투자 벗어나 中과 제휴·협력 모색
철도건설 등 '21세기 실크로드'서 기회 찾아야
中 차세대 IT·친환경차 등 집중육성 전략 맞춰
국유기업 지분 일부 인수·전략적 파트너십 필요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4'에는 '이바오' 생수, '?캐?? 고량주, '이리' 우유 등 중국 제품의 간접광고(PPL)가 유독 많았다. 중국 톱스타인 리빙빙이 출연했으며 만리장성이나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 등 중국에서 촬영한 분량도 상당했다.
단순히 할리우드가 중국 관객을 겨냥해 '서비스' 차원에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트랜스포머 4는 애초에 파라마운트사와 중국의 영화채널 CCTV6이 공동 투자해 제작한 할리우드 최초의 본격적인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 영화다. 할리우드가 중국 자본과 배우·공간을 활용해 만든 이 영화는 스크린 수 1만3,000여개로 세계 2위 시장인 중국에서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메이드 위드 차이나'의 패러다임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수출ㆍ투자만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며 "한중이 서로 강점을 합쳐 중국 시장을, 또는 제3국 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가치를 누리자는 것이 메이드 위드 차이나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메이드 위드 차이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정책의 커다란 맥을 좇아야 한다. 현재 중국 경제 정책의 최신 키워드로는 '이다이이루(一帶一路)'와 '제조 2025'가 꼽히는데 핵심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21세기 실크로드에서 사업 기회 찾아라=이다이이루는 글로벌화되고 업그레이드된 서부 대개발 정책이다. 육상ㆍ해상의 '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중앙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고 2경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담겨 있다. 기존의 서부 대개발 정책을 글로벌화해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은 중국뿐만 아니라 제3국 시장까지 중국과 함께 공략할 수 있다.
강지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이다이이루 전략에 따라 중국 국내외에서 대규모 항만ㆍ비행장ㆍ도로ㆍ철도 건설이 추진될 것"이라며 "관련된 설비와 부품ㆍ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 이에 참여하는 중국 지방정부ㆍ기업이 전략적 제휴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유공장ㆍ전력인프라ㆍ산업건설ㆍ하수처리건설 등의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꼽히는 삼성엔지니어링ㆍ현대건설ㆍ포스코건설 등에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다이이루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 내 철도 분야의 투자만 8,000억위안(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로템 등도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방정부, 현지 기업과 미리 관계를 맺어두고 필요할 경우 지분 제휴나 다른 업종과의 협력 등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 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 3월 간쑤성과 합작 투자를 약속한 LG상사가 모범적인 사례다. LG상사는 간쑤성 투자기업인 간쑤전력투자그룹과 양해각서를 맺고 석탄열병합발전소ㆍ수력발전소 등의 프로젝트 기회를 찾고 있다.
◇中 '제조 2025' 전략에 적극 동참해야=중국 기업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중 양국의 시장 크기만큼이나 손잡을 기회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정책은 오는 2025년을 목표로 한 '제조 2025'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제조 2025는 △차세대 정보통신(IT) 기술 △첨단 공작기계ㆍ로봇 △우주항공 장비 △해양건설 장비, 첨단 선박 △첨단 궤도교통 장비 △전력 장비 △농업 기계 장비 △친환경차 △신소재 △바이오ㆍ고성능 의료기기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신흥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10년 3%에서 올해 8%, 오는 2020년 1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LG경제연구원은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물러나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국유기업 지분 일부를 매각할 때 참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유기업이나 대기업 투자에는 각종 제한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더라도 투자 제한이 적은 벤처기업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중국은 제조 2025와 연계되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의 미래 산업이 겹쳐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는 없지만 분야에 따라 전략적 제휴도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BESK를 설립하고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인 '센바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중국의 자본, 현지 네트워크가 메이드 위드 차이나로 이어진 사례다.
SK C&C는 아예 대만 ICT 기업인 훙하이그룹에 지분 4.9%를 매각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K C&C 관계자는 "훙하이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 등 인더스트리 4.0에 관심이 높고 SK C&C는 중국에서의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제휴 배경을 설명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최근 중국 양회에 참석해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단순히 공무원들이 아니라 텐센트 같은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라며 "더 이상 중국을 얕봐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