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인 이성희(38)씨. 남편과 조그마한 떡집을 운영하는 이씨의 지난달 소득은 500만원 남짓.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벌이는 나아지지 않는다. 아이가 커가며 교육비 부담에 아파트 대출금, 보험금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가계부는 1년째 적자다. 통계청의 3ㆍ4분기 가계동향 조사는 정부가 풀어놓은 돈으로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가계소득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ㆍ4분기 가계소비의 경우 명목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늘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도 1.5% 증가해 5분기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가계소득은 고용시장의 불안 여파로 지난해 3ㆍ4분기와 비교해 1.4%나 감소해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제지원 등 정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고용부진 지속, 임금 상승률 인하, 명절이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하위20% 월41만원 적자
상위20%도 흑자액 줄어 ◇가계소득 감소폭 최대=3ㆍ4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346만3,000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감소했다. 가계소득의 실질 감소율도 3.3%에 달해 지난 2ㆍ4분기(-2.8%)보다 확대됐다. 부분별로는 명목소득 항목 중 65.9%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220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3% 감소해 통계 작성 이래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재산소득도 기저효과와 배당액ㆍ이자지급액이 전년보다 줄어 28.7%나 감소했다. 다만 사업소득은 월세 전환이 늘어나며 임대료 수입 증가 등으로 3.6% 늘어났고 연금으로 구성된 이전소득도 5.0% 늘어났다. 비경상소득도 42.2%나 급감했다. 계층별로는 하위 20%인 1분위(-6.4%)와 상위 20%인 5분위(-3.2%)의 소득이 조사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경기회복에 소비심리는 살아나=실질 소비지출은 소비심리 개선, 노후차 세제지원 효과, 신종플루 영향에 따른 보건지출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처음 증가세로 전환됐다. 3ㆍ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1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오락ㆍ문화 지출이 대형 가전제품 개별소비세 부과에 대비한 사전구매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나 급증했으며 신종플루 영향으로 보건비용도 12.4%나 증가했다. 반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4.9%) 및 주류ㆍ담배(-10.9%)는 감소했다. 또 노후차 세제지원 효과로 자동차 구입이 78.9% 증가했다. 교육지출은 정규 교육(3.5%) 및 학원ㆍ보습교육(1.7%) 지출 증가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 지출은 62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6% 줄었다. 특히 올해 소득세 인하에 따라 경상조세(소득세ㆍ재산세)는 9.7% 감소했다. ◇저소득층 만성적자구조=소득은 줄어든 반면 소비는 늘어나며 가계수지도 악화됐다.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279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9% 줄었고 흑자액도 63만8,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2.4%나 감소했다. 특히 하위 20%인 1분위는 월평균 41만1,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은 157.0%로 지출이 처분가능소득보다 57%나 많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보였다. 상위 20%인 5분위의 흑자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