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강세 기조에 선진국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경기민감 대형주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외국인이 유독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주에는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산 업체의 공급과잉에 따른 원재료 가격 하락에 힘입어 철강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실적둔화 우려에 비틀거리는 여타 경기민감 대형주들과 달리 철강주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뚜렷한 이익 모멘텀을 지니고 있는 만큼 대형 철강주를 중심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13일부터 이날까지 철강 업종 내 대표주인 포스코 주식을 18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2,43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 주식을 각각 1,050억원, 340억원 순매수하며 철강 업종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외국인이 포스코·현대제철·세아베스틸 등 몇몇 철강주를 무서운 기세로 쓸어 담고 있는 것은 원재료 가격 하락에 힘입어 이들 종목의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제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과 제품 가격 모두 중국 수요 부진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광산 업체들의 생산 규모 확대로 철광석 가격이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이 떨어지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 업체들의 이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연초에 비해 수직낙하를 거듭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철광석 가격은 톤당 82.2달러를 기록해 연초(134.2달러)와 비교해 무려 38.74% 감소했다. 200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철강 가격의 연초 대비 하락 폭은 9.4% 수준에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철강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하반기 실적 전망도 '맑음'이라는 평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01.59% 증가한 3,244억원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의 3·4분기 영업이익 역시 8,681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37.18%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광석 가격의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광산 1위 업체인 발레(Vale)는 중국에 대한 철광석 수출량을 지난해 2억7,000만톤에서 2018년 4억톤까지 연평균 7%씩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대형 광산 업체들의 공급 의지를 고려할 때 원가개선에 따른 철강 업체들의 실적개선 흐름은 내년 상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회복 및 정부의 내수경기 부양책이 철강주 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건설경기 회복세가 완연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며 "철강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시장이 살아날 경우 철강주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수출주의 수출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철강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강관 수요가 증가하고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 확대에 따라 강판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