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관훼리 경영권, 일본에 넘어가

일제시대 ‘식민지 뱃길’이며 한·일 협력 상징인 여객선 ‘부관(釜關)훼리’ 경영권이 취항 45년만에 일본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부산 상공계 등이 적극 나서 당초 취지에 맞게 부관훼리 경영권을 되찾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해방 후 운항이 중단됐다가 한·일협력 차원에서 1970년 6월 19일 취항한 ‘부관훼리’의 경영권이 일본 자본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와 부산상의가 최근 부관훼리(주)의 자본금 변동내역을 확인한 결과, 일본기업 라이토프로그레스가 52.14%의 지분율로 재일동포 출신의 창업자 정건영 회장(2002년 별세)의 아들(23.80%)과 딸(23.80%)을 제치고 최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관훼리가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정 회장의 아들인 사또유지 대표 이외에 일본인 한 명을 공동대표로 선임하자 한국인 부사장은 사임했다.

라이토프로그레스는 일본 내 대표적인 기업 합병(M&A) 전문회사 쌍해통상이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져 있다.


부관훼리는 일제강점기 조선과 대륙 진출을 꾀한 일본이 1905년 ‘관부연락선’ 이키마루호(1680t)를 취항한 게 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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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부(關釜)는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의 뒷글자와 부산(釜山)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관부연락선’은 침략과 수탈의 상징이었다.

이런 질곡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양국은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한국은 부관훼리, 일본은 관부훼리를 각각 세워 50 대 50으로 공동 출자 및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원칙 하에 박정희 대통령 당시 부산상공회의소 왕상은 부회장(협성해운 회장)과 재일동포 정건영씨에 의해 출범했다.

부관훼리는 우리나라의 상법에 의해 설립됐으며, 당시 외환은행이 50억원의 설립자본금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자본금 증자나 주식 양도양수 등 변동사항이 발생할 경우 외환은행의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관훼리(주)의 성희호(1만6875t·사진)와 관부훼리㈜의 하마유호(1만6878t·사진)는 공동 경영을 통해 한·일 간 새로운 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관훼리가 일본 자본으로 넘어가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호혜·평등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에 있는 국제여객선사 한 관계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일 화해와 협력이라는 부관훼리 창업 취지에 따라 창업을 주도했던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힘을 모아 경영권을 되찾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공동 경영하기로 한 한일훼리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간 것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거세게 일고 있는 만큼 해양수산부도 이를 간과하지 말고 적극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창업에 동참했던 왕 회장은 “일본기업의 경영권 장악은 한·일 양국 정부의 창업정신에 어긋나고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며 “최악의 경우 운항면허 취소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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