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불황기의 이점을 적극 이용한 기업 투자가 늘고 있다. 어느 정도 체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불황기는 더 싼 값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는 인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이 100억 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의 항공기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5일 보도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양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 중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약 150대에 이르는 항공기 제작을 맡길 예정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두 제작사 중 한 곳과 올 가을께 정식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이번 구매 시도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비교적 싸지면서 비수기를 맞아 노후 기종을 전면 교체하고, 수년 후의 호황기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현재 유나이티드 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수는 약 400대로, 올 가을 주문을 낸다 해도 실제 인도받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이번 소식은 금융위기 이후 항공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대규모 항공기 구입 시도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 항공업계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01년부터 몇몇 업체의 파산과 구조조정 등으로 진통을 겪어오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WSJ는 또 유나이티드 항공처럼 불황기를 맞아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기업으로 엑손모빌과 인텔 등을 꼽았다. 엑손모빌은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원유 탐사 및 생산 비용을 11% 늘릴 계획이다. 인텔도 앞으로 2년간 미국 내에 세 개의 공장을 추가로 더 지을 예정이다. 미국 기업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5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캐논은 다음달부터 나가사키(長崎)현에서 27년만에 처음으로는 새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캐논은 경기 악화에 따른 세계적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공장 설립에 착수, 내년 4월부터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은 앞으로 1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400만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생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