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중국 등 저가형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침체기에 빠져있던 셋톱박스 업계는 올 초부터 잇따른 해외공급 계약을 따내며 '기네스 실적'이라고 불릴 정도의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태세다. 국내 선두업체인 휴맥스를 비롯해 토필드와 가온미디어 등 국내 주요 셋톱박스 업체는 수출 호황으로 중소기업 위주의 시장에서 단일품목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수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은 내년 영국을 시작으로 2009년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12년까지 고화질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갖고 서둘러 교체작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이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에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셋톱박스 선전 이어질 듯= 휴맥스를 포함해 국내 주요 셋톱박스업체의 선전은 당분간 지속 될 전망이다. 중국 등 저하형 제품 공세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은 후발주자가 따라오기에는 기술차가 크고, 선진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이 진출할 만큼의 매력을 못 느끼는 틈새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세계 셋톱박스 시장에서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국내 셋톱박스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시장조사기관 IMS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출하량은 1억2,000만대로 지난해보다 19%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며 오는 2010년까지는 디지털 케이블와 IPTV, 지상파 셋톱박스 시장 등이 고속 성장을 주도해 출하량이 연평균 15%씩 증가해 1억9,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태홍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를 비롯해 동유럽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경우 여전히 디지털방송 보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국내 업계의 선점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 셋톱박스 업계가 보유한 HD와 PVR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이 힘들어 앞으로 2~3년간은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국내 셋톱박스 업계의 초호황을 견인하는 것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휴맥스 뿐 아니다. 토필드와 가온미디어 등 2위권 업체의 괄목할 성장도 눈에 띈다. 상위 5개사의 올 상반기 총 매출액은 5,700억원 정도로 전년 동기보다 19%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휴맥스를 제외한 토필드와 가온미디어, 셀런, 현대디지탈텍 등 2위권 4개 업체의 총 매출액는 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 특히 이들 4개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에 비해 6배에 이른다. 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셋톱박스 산업이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2위권 업체들이 디지털방송의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로 아시아와 중남미, 동유럽 등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대규모 계약을 따내는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위권 업체들의 선전과 더불어 재도약에 나서고 있는 홈캐스트나 아리온테크놀러지, 한단정보통신 등의 후발업체들도 해외시장에서 잇따른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며 국내 셋톱박스 산업의 부활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올해 셋톱박스 업계의 전체 수출액은 1조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제품이 신성장 동력=국내 셋톱박스 업계의 주력시장이 HD, PVR 등 고가형 셋톱박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군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 고가 제품군이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기존 SD급 셋톱박스의 교체 수요와 함께 디지털방송의 본격화로 최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휴맥스와 가온미디어, 토필드 등 주요 선두업체는 올해 HD와 PVR 제품군의 수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했다. 국내 후발업체들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40% 이상으로 늘일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 중심의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인도와 동유럽 등의 신흥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휴맥스는 올해 TV를 제외한 순수 셋톱박스 제품의 매출만 5,000억원이 넘고 가온미디어와 토필드 등도 500~1,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HD, PVR 제품에 이어 한층 기능성을 보강한 고가 하이브리드형 제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셋톱박스 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신성장 동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임화섭 가온미디어 사장은 "국내 업계들은 향후 2~3년간 HD, PVR 등 고가형 셋톱박스 및 하이브리드형 제품군을 계속 확대해 유럽 등의 선진시장 공략하고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전략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며 "그 중에서도 2위권 업체들이 인도 등의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톱박스(Set-top-box)란 방송수신을 위한 가입자 신호 변화장치다. TV위에 설치한다는 의미로 셋톱박스로 불린다. 과거 아날로그 방송시대에는 지상파 TV방송 시청을 위해 극히 일부에 사용될 뿐 쓰임새가 거의 없었고, 일부 케이블 TV 등의 수신을 위한 용도로 제한적인 시장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TV의 보급과 함께 셋톱박스는 디지털TV 이상의 의미를 가지면서 디지털 영상 시대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셋톱박스는 방송 사업자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방송 컨텐츠를 디지털화(변조-Modulation)해 송출하게 되면, 그 신호를 다시 TV에서 디지털화(복조-Demodulation)해 TV에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 TV에 위성이나 케이블 방송 시청, 혹은 인터넷 접속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갖추고 있다. |
성장세 지속 위한 3大과제 ① 印등 신흥시장서 現위상 유지
② 고부가 제품으로 경쟁력 강화
③ 인수합병 통한 대형화 고려를 국내 셋톱박스 업계의 실전 호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크게 세가지를 꼽는다. 우선 인도와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서 현재의 위상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 초기 시장진입은 일단 성공적이다. 그러나 이들 신흥시장이 커질수록 해외 셋톱박스 업체들의 공세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제품 혁신, 가격 경쟁력 유지,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후발 업체들의 추격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과거 중동지역의 사례를 보면 FTA와 CI 등 저가형 제품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업체들이 심한 타격을 받았다. 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PVR와 HD급,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생산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 대형 방송사업자 시장에 진입하려면 검증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 브랜드 강화가 절실한데 국내 업체들은 사실 기술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취약한 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A를 통한 기업 대형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