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를 감기에 비유해볼까요."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학 중국은행업연구센터 주임은 "요즘 (자신이) 독감에 걸려 감기약을 먹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중국은 경제위기(감기)에 대응해 과감한 부양책(감기약)을 써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팽창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요. 중국경제는 약물(부양책) 과다복용의 부작용을 걱정해야 합니다." 궈 주임은 이어 "세계경제는 여전히 경제 쇠퇴기에 있으며 오는 2010년에야 점차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중국경제는 올해 8%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국제통화 질서의 재편과 관련, 궈 주임은 "중국의 실력이 아직 부족해 수년 내에 국제질서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미 달러화의 독점적 국면을 타개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관계에 대해 "이제는 양국 간의 발전추세를 더욱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가 이미 바닥을 치고 회복기를 맞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위기는 침체기와 회복기, 성장기와 팽창기의 네 단계를 거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금융위기는 경제에 대한 외부의 강력한 조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최소한2~3년의 쇠퇴기를 필연적으로 거치게 된다. 이에 비춰보면 지금은 여전히 경제 쇠퇴기이고 2010년에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일련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재앙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엄청난 통화팽창이나 자산거품 붕괴 같은 것들 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언제 끝나고 어떤 나라가 가장 먼저 회복될까. 그 과정에서 더블딥은 없겠나. ▦중국인의 입장에서 당연히 중국이 가장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미국은 위기의 진원지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고 유럽도 미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일본은 외향성 경제로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는 게 문제다. 반면 중국은 국내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회복도 빠를 것으로 생각된다. 더블딥의 경우 첨단 과학기술 능력의 제고와 신에너지 개발 등의 신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출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연해지역에서 기업도산 현상이 많이 나타나면서 은행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부실채권으로 인해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향후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금융위기는 경제 통제력이 비교적 약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하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권력이 집중돼 있고 경제에 대한 통제력이 강한 중국에서는 서방국가와 같은 대규모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만 앞으로 중국정부가 서방국가처럼 경제에 대한 관리를 풀어 완전히 시장을 통해 자원을 배분할 경우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최근 많은 경제조사기관들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는데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보는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같은 견해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올해 8%의 경제성장률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본다. 올해 10%의 성장률을 점치는 이들까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이 정도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에 대해 많은 대응방안들을 갖고 있으며 올해는 일부만 활용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중국 경제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다. -'중국판 뉴딜' 투자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원자바오 총리는 4조위안의 탄약이 떨어질 경우 새로운 탄약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운 탄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학자들마다 해석이 다르다. 경제성장률이 7% 이상을 유지할 경우 대규모 추가자금 투입은 없겠지만 경기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다시 급락할 경우 정부에서 수조위안의 자금을 새롭게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심의 국제통화질서에 대한 개혁과 중국의 역할 증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세계질서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이는 중국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 수년 내에 국제질서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비록 최근 수년간 중국의 발전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중국)의 실력은 아직 충분히 강대하지 못하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의 경제수준은 부단히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발언권도 강해지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적인 변화일 뿐 질적인 변화는 아니기 때문에 세계질서의 판도를 흔들 만한 변화는 절대 없을 것이다. -원 총리는 미 국채의 위험성을 말한 바 있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행장은 '슈퍼통화' 창설을 주장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중국은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이 가운데 3분의2가량이 미 달러화 자산인데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의 대량 발행으로 달러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해져 중국의 투자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슈퍼통화'의 창설이지만 장애요인이 너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 다음으로 '아시아통화'를 생각할 수 있으나 역내 국가들의 편차가 너무 큰 것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미 달러화의 독점적 국면을 타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국은 어떤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보나. ▦금융위기 초반에 정부는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독점적 경제구조를 개혁해 민영자본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기대가 특히 높았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이 같은 문제들이 다시 노출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부동산시장의 경우 국유기업의 대출 확보능력이 민영 및 중소기업에 비해 압도적이어서 이들의 부동산 개발투자를 크게 확대시키고 있고, 이것이 다시 민영ㆍ중소기업들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개혁돼야 한다. -중국경제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향후 30년 뒤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그런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인구가 많고 국내시장이 크며 중서부 지방의 개발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중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을 넘어서는 것은 요원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제도와 사회제도, 정부관리 모델, 기업의 산업재산권 제도, 교육 및 과학기술의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 -최근의 한국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한국경제의 전망은 어떨까. ▦한국은 신흥경제국과 선진경제국의 중간 위치에 속하는 국가로 고속 경제성장을 유지해나가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전체적인 경제수준이 높기 때문에 중국에 견주어 낮은 가격에 생산요소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 한국경제는 대외 지향적인 경제인 만큼 인터넷과 게임산업ㆍ소프트웨어 등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부문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국제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비교적 낙관할 만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중FTA는 양국의 경제발전에 매우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한국에는 미국과 중국이 양대 경제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중국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한중 양국의 경제교류도 크게 확대됐고 이제는 양국 간 발전추세를 더욱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를 위해서는 FTA체결을 통해 양국 간 무역환경을 개선하고 관세 및 화폐 등의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 금융·재정 정통한中대표 소장 경제학자 ■ 궈톈융은 누구 금융과 재정에 정통한 중국의 대표적인 소장 경제학자. 지난 1999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 중국 중앙재경대학 강단에 선 뒤 강사와 부교수를 거쳤으며 2007년에는 39세의 젊은 나이에 이례적으로 정교수가 됐다. 이후 그는 적극적인 강연 및 기고를 통해 스타 경제학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특히 2008년에는 중국 최초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 설립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중국투자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국민복리에 도움이 돼야 한다" 는 주장을 적극 개진, 국부펀드를 경쟁체제로 설립하려는 계획을 무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68년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 ▦1990년 산둥대학 수학과 졸업 ▦1990~1993년 인민은행 옌타이 분행 근무 ▦1996년 인민대학 재정금융학원 경제학 석사 ▦1999년 중국 인민은행 연구부 경제학 박사 ▦2001년 중국 금융학회 전국우수논문상 수상 ▦1999년~현재 중앙재경대학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