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극렬 반대하던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이 승기를 잡는 듯하자 기존 입장을 전격 선회하고 있다. 전후 복구사업 등에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조심스럽게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것.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2일 “독일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가능한 빨리 붕괴돼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라크전을 반대해 온 독일이 후세인 정권 교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독일의 입장 변화가 자못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입장 변화도 뚜렷하다. 프랑스는 최근 이라크 전쟁 반대가 이라크 독재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님을 뜻하는 일련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랑스 총리와 외무장관은 1일 “프랑스는 미ㆍ영 연합군의 승리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인 장–프랑수아 코페 징관은 2일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것은 반미(反美)주의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수 차례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도 재빠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일 “러시아는 이라크전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처럼 독일, 프랑스 등이 전쟁 종결에 따른 `파이 분배`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변신을 꾀하자 미국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3일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다음주 독일과 프랑스에 전후 이라크 재건 비용 분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권을 보장해 주는 대신 이라크 재건 비용 분담이라는 카드를 제시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이 막판을 향해 치달을수록 경제적 이권 확보를 위한 각국간 물밑 줄다리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