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월 20일] 변화와 도전 실은 오바마號

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0여년 전 ‘나에게도 꿈이 있다’고 말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꿈이 이뤄져 미국 역사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는 하루가 다르게 침몰해가는 세계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변화와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도전의 신선한 충격은 여러 곳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500억달러의 2차 구제금융을 집행하면서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 받은 금융회사가 기업에 자금을 풀지 않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경제재건위한 전방위 개혁 준비 한국 정부가 시장개입을 극도로 자제하겠다는 상황논리에 발 묶여 있는 사이 오바마 정부는 가능하다면 시장개입을 넘어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이다. 새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미국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한국과의 자동차 전쟁도 불사할 태세이고 북한과는 적과의 동침도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와 지지 역시 역대 최고라 할 만큼 상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전봇대론’으로 유명한 이명박 정부 역시 초기의 현장지향 정책이 벌써부터 탈색돼 움직이지 않는 차관들과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해고 위협과 강권의 칼날을 들이밀며 결국 주요 장관을 개각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을 보면 시장개입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복지부동하는 상황논리에서 변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하는 변화와 도전은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건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고 타협해서도 안 될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세계적 통화인 달러를 무기로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승자의 독식을 누리는 동안 세계경제의 상호의존성이 급속히 확대돼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간의 괴리가 갈수록 심화돼온 것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독점적 폐해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 역시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국민의 애국심ㆍ자긍심에 호소해 안주하는 사이 변화를 무기로 도전하는 일본과 한국 차에 근본적 경쟁력 격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종이호랑이 미국이 오바마를 기치로 새롭게 부상하려 한다. 특히 이번 구제금융 집행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정책집행의 오류나 형식적 목표에만 급급했던 기존의 관행을 과감하게 깨고 정부의 구제금융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모니터링과 거버넌스를 강조하며 변화 이상의 지속 가능한 미국경제를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 새로운 정책방향의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이제 미국은 흑인 대통령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변화와 도전에 열광하고 있다. 비록 변화와 도전이 주는 단기적 아픔과 반작용은 있으나 이를 극복하고 지나친 미국우월주의에서 벗어나 평등한 세계경제 재건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출범 1년 만에 중폭의 개각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 역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꿈꾼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이 상황논리 속에서 경쟁력을 잃었던 금융서비스 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을 가리는 혜안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ㆍ로봇 등 17개 산업에 97조원을 투자하고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신성장동력육성정책에서 기존의 경쟁력 있는 산업군을 제외하거나 축소하고 미래의 전략산업군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IMF 위기를 극복하면서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위상을 다시 확보하게 된 것은 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에서 비롯됐다고 할 것이다. 세계에서 네번째로 개발된 전자식 통신교환기에서 시작된 IT 강국의 힘은 반도체와 CDMAㆍADSL로 대변되는 한국만의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도 있었고 DMB 형식에서 나타난 갈등도 있었으나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IT와 경영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기존의 IT산업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신성장동력 육성과 단절된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는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IT기반으로 미래 열어야 한때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급급해 하루에도 수천만원씩 낭비되는 방송용 위성을 띄운 적이 있다. 실제로 활용하지도 못한 방송용 위성에 낭비된 혈세는 곧 시장과 고객을 무시한 정책만을 위한 정책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의 이 같은 눈 먼 돈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집행하면서 시장개입을 넘어 정부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고 중소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려는 변화와 도전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먼 미래의 장밋빛 사진 속에서 우리가 소중히 보듬어야 할 IT강국 한국의 현재가 매몰되는 잘못된 변화와 도전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변화와 도전, 힘들지만 우리 국민이 함께 새 희망을 열어가는 화두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관 몇 명이 물러나고 고위공무원이나 기관장이 교체되는 것만으로 새로운 봄이 열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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