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해외은행 인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하나은행ㆍ우리은행 등이 외국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해외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은행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지점이나 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에 진출했지만 영업의 현지화를 조기에 진척시키고 현지 법류를 헤쳐나가기 위해 은행 인수로 직접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해외 인수합병(M&A)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집중되고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금융허브정책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르면 오는 2007년 말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현지 은행들을 동시에 인수하는 내용의 해외진출전략 초안을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해외진출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이 같은 초안을 다음주 이사회에 상정하고 향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해외진출 지역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인도ㆍ중국ㆍ베트남ㆍ아랍에미리트연합 등 10여개국을 선정했다. 각 지역을 맡은 부행장은 향후 진출 후보지역의 상황을 종합 점검해 내년에 최종 진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민은행은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소 2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은행당 평균 3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게 국민은행의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일본 중소형 은행 인수를 타진 중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아직까지 일본 쪽에서 한국의 은행이 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한 반감이 있다”면서 “따라서 일본 은행 인수는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2월 우즈베키스탄의 UzKDB은행을 인수했다. UzKDB은행은 EBRD와 우즈벡 국영은행 등이 공동 출자해 만든 은행으로, 산은은 지분 61%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산업은행은 “산은의 금융노하우과 우즈벡은행의 현지 영업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시야를 밖으로 돌려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2004년 칭다오국제은행을 인수해 올 6월에는 옌타이지점을 새로 오픈했다. 칭다오국제은행은 현재 홍콩ㆍ상하이ㆍ칭다오ㆍ옌타이 등에 주요 거점을 확보해 하나은행의 중국 진출 교두보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9월 미국 뉴저지주의 팬아시아뱅크를 인수한 우리은행도 향후 중국 등 동남아 신흥시장에서 외국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국내 경쟁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미국의 씨티은행이 해외로 발길을 돌린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국내은행들은 해외에 지점이나 합작법인을 만들어 해외진출 국내기업을 지원하는 제한적인 업무에 그쳤다. 국민은행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2003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의 경영 호조가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부실화된 BII를 인수해 200억여원의 평가차익을 얻고 경영도 건실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