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요 혐의 부인… 거센 법정공방 예고

■ 문화혁명 이후 최대 정치스캔들 보시라이 첫 재판<br>2,180만위안 뇌물수수 혐의에 "기소내용 사실과 다르다" 항변<br>진행과정 '웨이보'로 문자 중계<br>아내 서면증언 "가소롭다" 반박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첫 재판이 22일 시작됐다. 이날 공개된 그의 혐의는 2,680만위안(약 49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및 공금횡령과 함께 그의 아내가 저지른 살인을 숨기기 위해 권력을 남용(직권남용)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의 재판은 지난 1980년 문화대혁명 4인방 재판 이후 중국 최대의 정치재판으로 일컬어진다.

중국 지난 인민법원은 이날 보시라이 재판과정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문자로 중계했다. 정치적 휘발성이 큰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하는 동시에 보시라이 지지층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조처다.


이날 보시라이는 목이 드러난 회색 셔츠와 남색 바지를 입고 법정에 등장해 "재판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법원이 채택한) 증거물에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양쪽에는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공안경찰 2명이 배치됐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이에 대해 "보시라이의 키가 180㎝를 넘는 것으로 볼 때 옆에 배치된 공안은 190㎝ 이상"이라며 "(보시라이를 초라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배치한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법원은 이날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보시라이의 혐의내용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다례시장과 다롄시 당서기, 랴오닝성장, 상무부장 등을 지낸 1996년~2006년에 다롄국제발전공사 총경리인 탕샤오린과 다롄스그룹 이사장 쉬밍에게 각종 특혜를 베풀고 그 대가로 2,180만위안 규모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롄시 당서기 시절 정부의 공사 프로젝트에서 500만위안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공금횡령)도 포함됐다. 검찰은 10만위안 이상의 뇌물을 받을 경우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법률규정을 보시라이에게 적용했다. 하지만 여론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사업가(닐 헤이우드) 독살사건과 관련해서는 "일련의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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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는 재판에서 탕샤오린에게 받았다는 뇌물혐의에 대해 "기소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중계로 관련 내용이 일부 공개되기는 했지만 방청이 극도로 제한되고 법원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미리 정해진 보시라이의 친척 5명과 참고인 2명, 언론인 19명, 일반인 84명만 재판을 지켜봤다.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법원은 인근 호텔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중국 핵심 지도자 그룹인 태자당의 젊은 리더였던 보시라이는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이념을 앞세워 빈부격차 해소 등을 강조하는 경제ㆍ사회정책을 펼쳐 좌파세력 및 서민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보시라이 사건이 차기 권력을 놓고 태자당ㆍ상하이방ㆍ공산주의청년단파 등 당내 주요 정파 간 투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터졌다는 점에서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해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말 베이다이허회의 등에서 처벌수위를 비롯한 사건처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사건발생 이후 오래 시간 미뤄져온 보시라이 재판은 신속한 절차를 밟아 조만간 유죄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면서 "선고될 형량이 이미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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