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선고공판을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
검찰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생 사건과 관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환 시기를 법원의 선고 이후로 잠정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검찰이 이 회장 소환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공을 법원에 떠넘긴 것으로 해석, 양측간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뜨거운 감자’ 결국 법원으로=3일 에버랜드 CB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CB 저가 발행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환 여부를 이달 18일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18일은 에버랜드 CB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 결과를 보고 난 후 이 회장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8일 결과를 보고 (이 회장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수사팀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소환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결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의도된 전략(?)=검찰은 지난해 이 회장 소환 조사 방침을 수차례 내비쳐왔다. 그러나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해를 넘겼다. 반기업 정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데다 경제상황마저 어려워 검찰로서도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법원의 선고 이후로 이 회장 소환 시기를 못박은 것은 소환부담을 더는 등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법원이 18일 선고 공판에서 ‘CB 저가 발행은 경영권 이전을 위해 이 회장 등의 공모가 있었다’는 검찰의 기존 주장을 인용할 경우 검찰로서는 이 회장 소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실제 1심 법원에서 허태학ㆍ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상황인데다 항소심 재판부가 두 사람의 배임행위를 입증할 증거보완을 검찰에 주문했기 때문에 ‘이 회장 공모 가능성’을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꽃놀이패’ 쥔 검찰=검찰은 또 법원이 1심 판결을 번복, 허ㆍ박 전 사장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려도 검찰은 부실수사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전망이다. 검찰 기소 과정의 문제점보다는 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 관계자는 “검찰로서는 이 회장 소환에 대한 직접적인 부담을 덜고 판결 이후에도 법원과 책임을 함께 질 수 있다”며 “선고 이후 소환 전략은 검찰의 꽃놀이패”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지난해 9~11월 이학수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3차례 조사했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장남 이재용씨에 대해서도 서면조사해 현재 이 회장의 조사만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