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월 15일] 'CEO 이석채'가 해야 할 일
이규진 정보산업부 기자 sky@sed.co.kr
14일 오전10시 서울 우면동 KT연구센터 2층 강당. 이석채 신임 KT 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열린 임시 주주총회장에서 소액주주 한모씨가 "신뢰를 잃은 KT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고 외쳤다. 높은 단상에 앉아 있던 이 사장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한씨를 조용히 응시했다.
한시간 넘게 열린 주총장은 일부 주주와 노조원들의 고함소리로 소란스러웠다. 나이 지긋한 주주들은 한결같이 "주주가치를 높여달라" "주주에게 이익을 많이 안겨달라"고 목청을 돋웠다. 우리사주조합원인 노조원들은 "KT 사원들이 50세가 넘으면 강제퇴직을 하는데 사장 보수가 너무 많다"고 소리쳤다.
이 사장은 길지 않은 한시간여 동안 온갖 발언을 들으며 CEO로서의 무게감을 느꼈을 것이다. 불현듯 8년째 매출 11조원대에서 횡보하며 이익이 줄고 있는 KT의 현실이 떠올랐을지 모른다.
사실 이 사장은 기업(장사)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관계에 입문한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농림수산부ㆍ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가 이제 'CEO'가 됐다. 아무리 관계의 거물이었다 해도 CEO로서는 초보운전이다. CEO는 장사를 잘해서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남겨 주주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고 임직원들을 다독이며 잠재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이 사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유무선 통합, 방송통신융합의 컨버전스 시대를 돌파할 열쇠를 찾는 것일 게다. 낡은 엔진밖에 없어 성장정체의 늪에 빠진 KT에 제대로 된 비전과 비즈니스모델을 달아줘야 한다. 아울러 통신업계 맏형답게 IT생태계를 책임져야 하고 글로벌 진출의 선봉장 역할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만만치 않은 경쟁사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1년여가 지나 내년 3월 한해 실적을 마무리하는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주주들이 'CEO 이석채'에 대해 어떤 말들을 쏟아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역시 천재형 엘리트 관료 출신은 다르다"는 덕담이 줄을 잇기를 기대해본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