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기 경영학]<5> 아남전자

[재기 경영학]아남전자신제품 개발총력 회생발판 불사조로 불리는 전 OB베어스 투수 박철순씨나 한화 이글스 장종훈선수, 그리고 현대 아이콘스의 포수 박경완. 이들 프로야구 스타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역경을 뚫고 오늘의 자신을 스스로 일궈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팬들은 이들의 플레이에 더욱 큰 박수를 보낸다. 아남전자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회생가능성 희박을 이유로 워크아웃에서 조차 제외됐던 이 회사가 법정관리를 마지막 기회로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절치부심, 마침내 길고 길었던 '부실기업'의 굴레를 벗어던진 과정은 마치 잘 짜맞춘 각본처럼 드라마틱하다. 아남전자의 시련은 그룹 주력사였던 아남반도체가 무리한 시설 확장 등으로 쓰러지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당시 이 회사는 얼키고 설킨 빚보증으로 독자생존이 불가능했다. 아남반도체, 아남환경 등과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한 때가 98년 10월24일. 하지만 워크아웃도 순탄치 않았다. 외환위기로 가라앉은 가전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여기에 급격한 환율변동 등이 겹치자 채권단도 5개월이 채 되지 않아 손을 들었다. 워크아웃 중단, 또 한번의 충격파에 휩싸였다. 워크아웃 중단은 채권단마저 회사를 버렸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재기불능이라는 선고나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아남전자 임직원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더욱 강하게 뭉쳤다. 먼저 가전이라는 업종 특성상 어떤 경우에도 소비자와 멀어져서는 안된다고 판단,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신제품 개발과 출시, 홍보와 광고에는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디지털시장 확대에 대비, 장기적인 플랜을 세웠다. 이런 노력은 99년 8월 내놓은 29인치 완전평면 TV '띠뮤'가 앞선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성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곧 바로 혼수시장을 잡기 위해 미니 콤포넌트 '인엑스-38'를 선보였고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사업에도 뛰어들어 이탈리아, 이집트, 네덜란드 등에 대규모 수출실적을 올렸다. 또 중국 광둥성 둥관시의 오디오 공장에 대한 투자를 비롯 해외 거래선과의 신뢰유지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2000년에 들어서며 조금씩 회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년 173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수지가 마침내 1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1,700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던 매출도 2,000억원을 넘어서며 회복세에 진입했다. 물론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법정관리 이전 940여명 이었던 직원이 지금은 720명에 불과하다. 마침내 지난 3월16일 법원은 아남전자의 법정관리 졸업을 선언했다. 워크아웃 신청이후 약 3년만이었다. 최대 채권자(18%)인 아남반도체는 부채 1,441억원을 출자전환, 법정관리 졸업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실어줬다. 아남전자는 올해 매출 2,609억원에 영업이익 99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소비흐름을 정확히 짚어내 PDP TV(벽걸이 TV)를 주력제품으로 만들어 완전평면 TV, DVD 플레이어 등을 갖춘 '디지털 홈 시어터 전문메이커'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 주효한 때문이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아남전자는 분명 이전보다 한발자욱 더 소비자에게 다가섰다. 임석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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