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일찌감치 그 부담을 건보 가입자에게 떠넘겼다. 임기 중 40조원이 드는 기초연금 재원대책 마련도 버거운데다 건보재정이 올해까지 3년 연속 흑자행진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흑자누적분 활용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흑자가 약값 일괄인하, 경기침체 장기화와 소득양극화로 인한 병ㆍ의원 이용 감소 등에 힘입은 것이어서 경기가 살아나거나 독감 등이 유행하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금물이다. 건보적자를 초래할 구조적 요인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건보 급여비는 지난 2009년 29조원에서 오는 2015년 50조원, 2020년 7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3대 비급여 항목의 건보적용도 연간 수조원의 지출증가를 동반할 게 뻔하다. 정부가 일시적인 건보 흑자분을 곶감 빼먹듯 하면 머잖아 건보료 폭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진실을 감췄다는 민주당의 비판을 건성으로 흘려 들을 게 아니다.
안정적인 재원대책 없는 건보 보장성 강화는 증세 없는 복지공약만큼이나 기초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건보료 인상, 국고지원 확대 같은 근본대책을 강구해 국민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보장성 강화로 생색만 내고 부담은 건보 가입자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