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신입사원을 당초 3,800명에서 1,100명 늘린 4,900명 선발했지만 내년 채용 계획은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70명을 뽑은 한솔LCD는 내년 채용 계획을 절반 이하인 250명으로 정했다. 올해 최고의 호황을 누린 전기전자 업종의 주요기업마저 내년도 채용을 확정하지 못하거나 줄이고 있다.
자동차ㆍ철강ㆍ기계ㆍ조선 등 중공업분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180명을 선발했던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채용 예정인원을 80명으로 줄였고 각각 420명 및 90명을 선발한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는 아예 채용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2005년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 업종에서 올해보다 채용을 줄일 방침이라는 우울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크루트는 상장ㆍ등록사 507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2005년 채용전망’을 전화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채용 예상규모가 1만6,764명으로 올해 1만9,274명보다 13.0% 줄었다고 27일 밝혔다.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321개사인 63.3%였으며 이 가운데 채용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조사대상 5곳 가운데 1곳 꼴인 108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채용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이 9.2%였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04년 연말까지도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이 3분의 1을 넘는 38.7%에 달했다.
조사대상 11개 업종 가운데 올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업종은 하나도 없었다. 올해 수출증가에 힘입어 채용시장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온 전기전자업종마저 내년도 채용 규모가 3,408명으로 올해 4,080명보다 16.5%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ㆍ기계ㆍ철강ㆍ조선 업종의 채용 예상규모는 절반 가량인 44.4%나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제약업종과 제조업종도 모두 20% 이상 줄어들어 각각 29.3% 및 20.7%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외식ㆍ식음료(-0.3%)와 석유화학(-1.8%) 등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사원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유통(-13.0%), 정보통신(-12.7%), 건설(-10.2%), 금융(-9.2%) 등 주요 내수업종도 채용 규모가 10% 남짓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내년도 대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보다는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채용하는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절반인 49.5%에 달했지만 공채를 진행하겠다는 기업은 32.0%에 그쳤다.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8.5%였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이처럼 ‘채용계획 없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불투명한 경기전망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기업들이 올해 ‘청년실업난 해소’ 차원에서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렸기 때문에 내년도 채용여력도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취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일자리 늘리기식의 근시안적인 방법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