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을 ‘볼모’로 하는 또 다른 대남 ‘배짱외교’ 행태를 보임으로써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북한 당국은 우리 측에 통지문을 통해 개성공단 관련 기존의 각종 법규정과 계약은 무효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좋다’라는 일방적인 최후통첩성 선언조치를 내놓았다. 이것은 북한 당국이 남북대화 재개에 앞서 주도권을 노리는 억지행위의 하나로 이해된다.
'배짱외교'보다 대화 받아들여야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난하면서 각종 대남위협을 강화해 왔다. 특히 개성공단 관련 북한의 위협은 단계적으로 심화되었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및 차단(2008. 12. 1)에 이어 현대아산 직원을 체제비판혐의로 체포하여 조사·억류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해 대남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그들의 군사적 위력을 과시했다. 이로써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평양 당국의 자신감이 자리 잡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 당국이 4월16일 개성공단 사업관련 중대조치 전달이유로 먼저 남북 당국 간 접촉 제의를 내놓은 것은 이러한 자신감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월21일 남북 당국 간 첫 접촉이 이뤄졌고 여기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기존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면서 개성공단을 닫을 수도 있다는 의미의 엄포를 놓는 공세적인 대화제의를 했던 것이다. 이제 북한은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남북관계를 구축해나가면서 남북경협사업의 과실을 따 먹겠다는 전술을 되풀이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러한 ‘얄팍한 전술’이 화만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에 의한 관광객 피살로 금강산 관광사업은 아직까지 중단되고 있다. 아마도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관광객 피살사건은 유야무야 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그들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당국의 원칙 견지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됨으로써 북한 당국은 ‘알짜’ 같은 외화현금 수입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사업에서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같은 남북경협 사업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협력사업들을 그들의 체제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의 폐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북한에는 실(失)보다 덕(德)이 많은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전제할 경우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과도한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개성공단 자체의 폐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억류 근로자 문제부터 해결을
따라서 남북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는 것이 이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신변안전 문제인 만큼 이제 북한 당국은 억지주장이나 위협조치들을 거둬들이고 억류 근로자 문제를 지렛대로 개성공단 사업에 관련해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고자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은 장기간 억류, 조사받고 있는 우리 근로자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실질적인 남북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남한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남북협력에서 주도권 다툼보다 대화를 통해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에서 부당한 점이 있다면 남북 양측이 만나서 대승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분명히 길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길이 바로 정도(正道)다. 북한 당국이 정도(正道)를 걸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