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 하나은행

대기업 납품업체에 무담보 저금리 대출

강신목(오른쪽 첫번째) 하나은행 부행장이 지난 3월 벤처기업협회 및 SK네트웍스와 상생패키지론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협약 체결로 하나은행은 SK네트웍스 거래 중소기업에게 저리로 금융지원을 제공하게 됐다. /사진제공=하나은행


아직도 국내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까다로운 대출 심사과정을 통과한 우량기업이라 해도 무리한 담보요구 및 대출금리에 진땀을 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기 침체로 유동성이 조금만 악화되면 시중은행들이 가장 먼저 중소기업 대출을 회수하며 '비올 때 우산을 뺏어 간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시중은행들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상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정도로 척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지난 2010년 첫 선을 보인 '상생패키지론'은 은행-중기 상생을 위한 새로운 금융상품 모델로 자리매김하며 금융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생패키지론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기업들이 발주에서 대금결제 단계까지 대기업의 신용을 기초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대기업의 1차 협력기업은 납품하기 전 단계부터 납품 계약을 바탕으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은 2, 3차 협력기업에도 이어진다.

1차 협력기업이 구매기업으로부터 받은 확정채권을 2차, 3차 등 협력기업에 양도하면 이들도 담보 없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어떤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채권을 중소기업에 지급하면 중소기업은 이를 근거로 하나은행으로부터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이 중소기업이 2ㆍ3차 협력업체로부터 다른 부품을 공급받고 대가로 대기업 채권을 양도하면 2ㆍ3차 협력업체들도 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점을 방문할 필요없이 인터넷뱅킹으로도 거래할 수 있으며 각종 서류제출 부담을 최소화한 상품이라 기업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특히 이용실적의 0.1~0.5%까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이 상품은 전혀 새로운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별도의 자금을 통해 대출해주다 보니 재원의 한계상 2ㆍ3차 협력기업에까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기존 상품의 단점을 해소해 높은 평가를 얻었다.

기존의 중기지원 상품의 경우 대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성해 금융회사에 대행을 의뢰하면 협력기업에 저리 대출이 나가는 형태였다. 당연히 대기업이 조성한 재원 내에서만 대출이 이뤄져 보다 많은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상생패키지론은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대기업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져 이 채권만 들고 있으면 어떤 중소기업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이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하나은행과 협력을 맺어야 한다.

하나은행은 올 들어 지난 3월 벤처기업협회 및 SK네트웍스서비스와 상생패키지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동국제강, 대우조선해양 등 10개 대기업과도 협약을 맺었다.

하나은행이 이 상품을 출시한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 형성에 일조하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생협력에 대한 대기업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관련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상생패키지론 출시를 통해 이미지를 제고한 것은 물론 신규 거래기업 유치 효과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은행-중기 상생을 위한 노력은 금융상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올해 1월 제일모직과 함께 5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동반성장 상생펀드 운영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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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상생펀드는 제일모직이 300억원을 출연하고 하나은행이 200억원을 대출한도로 지원하는 형태로 중소 협력사 이자감면 재원으로 활용된다. 1.8%포인트의 이자 감면 혜택이 주어질 예정이다. 제일모직의 거래처인 3,000여 곳 이상의 중소기업이 자금지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지난 2월에도 한국LP가스공업협회와 'LP가스공업협회 회원 상생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상생지원 업무협약을 통해 한국LP가스공업협회 회원 1,200여명의 충전소 사업자들은 대출, 예금 및 신용카드 등 하나금융그룹이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 패키지를 제공받게 됐다.

또 하나은행은 한국LP가스공업협회 회원들에게 기업자금대출을 우대금리로 지원하고, 부가세 환급지원, 전자세금계산서 무상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있는 회원전용 신용카드 발급 및 개인사업자용 자금관리 서비스인 빅넷-라이트(BiC NET Light) 등 다양한 맞춤형 금융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LP가스공업협회 회원들은 전국의 하나은행 지정 영업점 및 협회 인터넷 홈페이지(www.lpgas.or.kr) 내 사이버 브랜치(Cyber Branch)를 통해 편리하게 회원전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다양한 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으로 중소기업과 하나은행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 거래 중기와 커뮤니티 통해 경영 컨설팅 제공

'중소기업의 든든한 후원자'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중소기업 금융의 모토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 고객을 위한 커뮤니티 제공과 맞춤형 금융상품 지원을 통해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은행의 외형과 내실을 다지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한다는 하나은행의 목표다.

실제 하나은행은 지난 2001년부터 중소기업 고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결성해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시 은행 내부에서 우량 중소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정보공유의 장을 만들어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말 그대로 은행은 충성도 높은 거래기업을 장기 고객으로 붙잡아두고 기업은 경영에 필요한 정보와 금융지원을 얻는 '윈윈'제도였다. 그렇게 탄생한 게 '윈-윈클럽'(Win-Win Club)이라는 모임이다. 여기에는 400개 우수 거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시중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업을 단순한 거래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윈윈클럽 참여 기업은 현재 600개에 육박한다. 기업의 CEO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초청한 컨퍼런스 및 행사 등이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과 수원, 대구, 울산, 부산, 창원 등 지방 대도시를 순회하며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이 행사에는 역대 하나은행장들이 직접 참석하며 거래기업 CEO와 소통하고 접촉면을 넓혀오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2008년 7월부터는 '빅팟클럽(Big-Pot Club)'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거래하는 창업 2세대 오너 경영인이 주요 회원이다. 인천영업본부와 경수영업본부 2곳에서 시범 운영하던 것을 대전과 영남 지역으로 확대했다. 지역별로 약 30명의 창업 2세대 경영인이 참여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포럼 형식으로 주기적 모임을 개최해 경제전망과 세무상담, 경영컨설팅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하나은행 경영컨설팅팀, PB센터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중기업본부 내에 '경영컨설팅팀'을 구성해 CEO와 2세 경영자를 대상으로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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