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T "IMT-2000 비동기 추진"
IMT 사업구도 "돌출변수"
영국 브리티쉬 텔레콤(BT)의 행보가 국내 IMT-2000 사업권 구도에 돌출 변수로 등장했다.
BT는 한국시장에서의 비동기식 IMT-2000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BT의 입장은 현재 진행중인 동기식 사업자 선정작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업체까지 가세하게 되면 앞으로의 IMT-2000 사업자 선정 구도도 한층 더 복잡해 질 수 있다.
BT 관계자가 LG텔레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비동기 사업에 대한 도전의사를 밝힌 것은 한국 및 아시아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BT는 사실 사업을 확대할 여력이 별로 없다.
BT는 주파수 경매 자금 지출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부채규모를 줄이는 데 주력중이다. 이에 따라 BT는 자회사의 증시 상장, 일부 자산 매각 등에 매달리고 있다.
BT는 영국의 통신그룹으로 계열사로 BT 도매, BT 소매, BT 이그나이트, BT오픈월드, BT와이어리스, 옐 등 7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BT 소매는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소매업무, BT 도매는 회선임대, BT이그나이트는 국제 광대역 네트워크 사업, BT오픈월드는 국제 인터넷 비즈니스, BT와이어리스는 국제이동통신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AT&T와 합작 설립한 콘서트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무를 수행중이다. BT는 브리티쉬 피트롤리엄(BP)와 함께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해리 제임스 BT 아시아태평양 홍보담당 부사장은 "한때 전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아시아지역을 포함, 해외 투자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백지화했다"며 "최근에는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전략적 제휴업체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임스 부사장은 지난 1월 기자와의 국제통화에서 "LG텔레콤 문제에 대해 코멘트할 것이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시하기도 했다.
현재 BT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통신사업자와 지분참여를 통한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BT 와이어리스가 비동기식 IMT-2000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제휴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제휴업체 모두 비동기식으로 사업을 벌여야 한다.
따라서 국내 제휴업체인 LG텔레콤도 비동기식으로 IMT-2000 사업을 추진해야 BT는 글로벌 로밍 등을 통한 전략적 제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BT의 의지는 험로를 걷고있는 동기식 사업선정작업에도 결정타를 안겨 줄 수 있다. 현재 정통부가 직접 소매를 걷고 동기식 컨소시엄 구성작업에 전념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BT는 영국정부나 유럽연합(EU) 집행위를 통해 "한국정부의 동기식 사업자 선정작업이 명백한 시장개입 행위"라며 공세를 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BT가 국내 분위기를 탐색하기 위해 '여론 떠보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통부나 LG가 이런 BT의 자세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어떻게 외국업체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간여할 수 있겠느냐"며 "아직까지 BT측으로부터 어떤 면담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LG는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뜩이나 동기식 사업자 선정문제로 정통부와 신경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LG는 아직까지 비동기 사업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섣불리 정부를 자극하기 보다는 시간을 벌며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간다는 게 LG의 속내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