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회의는 물론 의원총회에 이례적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호출해 세제개편 수정안을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풍경도 연출했다. 수차례 당정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포착하고도 청와대 눈치만 보다 사전조정에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현 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사퇴론을 꺼내며 주도권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세제개편 수정안을 확정하는 정책 의총에서 "여당으로서 정부를 더 꼼꼼히 감시하지 못하고 국민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부터 했다. 여당 의원들에게 수정안을 보고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현 부총리와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을 비롯해 세제실 실ㆍ국장 및 담당자 등이 의총장에 배석해 최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의 사과는 정부를 과신했다 나온 것인 만큼 원인을 제공한 기재부 관계자들은 가시방석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여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세법개정안에 대한 당정 협의가 진행돼 실무급 수준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 의장 등은 "중산층 부담이 증가해 어쨌든 반발이 생길 것"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에 대해 "엄청나게 힘을 쏟은 역작으로 획기적 발전"이라고 강조하며 청와대와 조율도 끝났다고 하자 여당은 힘없이 물러섰다.
기재부는 정무적 판단을 소홀히 한 세법개정안이 야당의 장외투쟁에 동력을 더하며 여권에 타격을 입히자 이날 의총 종료 후 수정안을 발표하는 등 새누리당의 신경을 살폈다. 하지만 조원진 제2정조위원장 등은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이 전날에 이어 거듭 경제팀 교체를 강하게 요구한 데 대해 동조하며 정부와 청와대를 동시에 압박한 것이다.
조 위원장 발언 이후 황우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참 일할 때인데 아직은 (경제팀 문책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9월 정기국회와 내년 예산안 발표 등을 앞두고 정책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와야 한다는 여권의 기류는 다시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