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인사패턴이 저성장시대를 맞아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성장기 범용인재를 대규모로 뽑던 데서 필수인재를 선별적으로 뽑는 식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통섭형 인재채용, SK는 바이킹 인재선발을 전면에 내세웠고 LG는 핵심인재를 파격대우하고 두산은 인사평가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의 인사혁신에 속속 나서고 있다.
4일 주요 기업들에 따르면 저성장기에 맞는 새로운 인사ㆍ조직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테스크포스(TF) 결성 등을 통해 인사ㆍ조직 전반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실제로 삼성ㆍSKㆍLG 등 주요 그룹들은 인사ㆍ조직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 팀을 구성, 자사 경제연구소 등과 협력을 통해 해외 사례 파악 등 저성장형 인사ㆍ조직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뛰는 인재 채용, 핵심 직원 파격대우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들어 새롭게 도입한 시스템도 저성장형 인사ㆍ조직 관리의 한 유형이다.
이처럼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사ㆍ조직 관리 시스템은 고성장 시대를 뒤로 하고 저성장 시대에 초점을 맞춰 급변하고 있다. 고성장기에는 인력ㆍ자원의 효율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본격화 될 저성장 시대에는 고도의 경영 효율성 확보 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ㆍ일본 등 주요 해외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저성장형 인사ㆍ조직 관리를 시행해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성장 시대의 대표적 인사ㆍ조직 관리는 획일적인 대규모 공채, 낮은 보상 등이고 고성장에는 이것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고도의 경영 효율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렇다 보니 저성장형 인사ㆍ조직관리에 기업들이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저성장형 인사ㆍ조직관리는 다섯 가지 부문에서 크게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최근 새롭게 내놓고 있는 인사ㆍ조직 시스템 방향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성장형 인사ㆍ조직 시스템은 우선 인력확보에서 찾을 수 있다. 고성장기에는 범용 인재의 정기채용이 대세였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적은 돈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우수 인재 선별채용, 내부 핵심인재 발탁 등이 필요하다.
실제로 삼성과 SKㆍLG 등 주요 그룹들의 경우 통섭형 인재 채용 등 우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범용인재 정기채용 비중을 낮춰가고 있다. 동시에 경력직의 경우 상시채용 시스템을 가동, 언제든 필요인력 충원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인력운용 역시 저성장 시대에는 변화가 불가피하고 현재 하나둘 저성장형 시스템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인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 성장에 필요한 핵심리더 육성. 이를 위해 주요 기업들은 선발된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 보상 등 차별적 관리안을 내놓고 있다.
평가 보상 방안도 저성장형으로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다. 저성장기에는 보상재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고성장기와는 다른 것이 필요해서다. 직원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기여도가 높은 직원을 적극 발굴해 명예를 부여하는 등 비금전적 보상 활용방안이 그 중 하나다. 삼성의 경우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등 비금전적 보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직문화와 직원관리 역시 바뀌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업무 몰입과 직원 고충 예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업무몰입의 경우 핵심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효성은 하루 특정 시간을 정해 이 시간 동안에는 업무에만 몰입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 경쟁 강화로 직원들의 심리 치료도 중요해지고 있다. 저성장형 직원관리의 키포인트는 직원 힐링이다. 실제로 LG전자와 LG이노텍 등의 경우 각 사업장마다 직원들의 심리 치료 상담센터를 최근 들어 잇따라 열고 있다. 삼성전자도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해줄 전문 상담사 채용을 확대하는 등 기업들이 직원 힐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저성장기에는 한마디로 고효율의 인사ㆍ조직 관리가 필요하다"며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인사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