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글로벌 위기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대형차ㆍ벌크선ㆍ연강선재ㆍ폴리에틸렌ㆍ초저가폰ㆍPDP 분야의 생산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전략적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정부는 전략적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하는 일본의 산업재생법과 유사한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실장은 1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글로벌 위기 이후 한국산업의 구조조정 방향과 한국기업의 재도약 전략'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장 실장은 "글로벌 위기 이후 업종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기업별로 성장지도(growth map)에 맞춘 전략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주력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사업은 확장ㆍ고도화하고 비효율 사업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차ㆍ벌크선ㆍ초저가폰ㆍPDP 사업 등에서 철수해라=산업연구원은 자동차ㆍ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ㆍ휴대폰ㆍ디스플레이 등 국내 6대 주력업종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취약한 분야가 있는 만큼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종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녹색패러다임으로 전환함에 따라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 등은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겠지만 대형 가솔린이나 경유차는 생존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선업종은 우량선주 주문과 기존 핵심 주력 선종과 함께 차별화된 해양 플랜트, 풍력발전설비 등에 진출해야 하지만 소형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강산업의 경우 중국이 대규모 설비와 가격우위를 갖고 수출을 늘리고 있는 연강선재, 중소형 강관 등의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휴대폰산업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수출확대 전략이 필요하지만 초저가폰 시장에서는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업종은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크게 약화된 PDP 생산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산업연구원은 이처럼 우량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일본에서는 우량기업의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지원하는 산업재생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는 산업발전법·구조조정촉진법 등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대부분"이라며 "일반 기업의 신규사업 진출, 주력사업 고도화 등 상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패키지형 지원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ㆍ공급 여건 급변, 우량기업 구조조정 적기=산업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환경이 급변할 때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위기로 수요와 공급여건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춘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성장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장 실장의 판단이다. 성장지도를 통해 도출된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주력사업과 철수사업을 정하고 신규사업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을 세운 후에는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마케팅 강화, 해외 생산거점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넓혀나갈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