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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 있는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 450여명의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하노이 2공장에 설치할 철 구조물을 제작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수십 명의 용접공이 파란 불꽃을 내며 설계 도면에 맞춰 철제 구조물을 이어 붙이느라 쉴 틈이 없었고, 공장 밖에는 발주처가 주문한 설계 도면에 맞춰 제작된 수만 종의 철 구조물들이 봄 햇살을 받으며 건조되고 있었다.
가공·용접·도장 등의 공정을 거쳐 제 형태를 찾은 철 구조물들은 대형 트럭과 화물선에 실려 베트남 현장으로 떠나게 된다. 베트남 하노이 공장 프로젝트는 4개 공장에 총 2만5,000톤(약 625억원)의 철 구조물을 납품하는 것으로 오는 7월이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주중공업은 철 구조물 제작을 하는 철구사업부와 스테인리스 강판 생산이 주력인 STS사업부(충남 공주), 운송·항만 하역을 하는 물류사업부(서울) 등 3개 사업부로 이뤄져 있는데 한 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는다. 그동안 철 구조물 제작에 초점을 맞췄던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의 해외 진출은 2013년 삼성전자 베트남 하노이 현지 공장 프로젝트를 계기로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제작과 운송은 물론 시공까지 전 공정을 수행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춘성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 부사장은 "대주중공업은 품질과 납기 준수, 가격 경쟁력 등 3박자를 고르게 갖추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최첨단 공장을 시공했던 실적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의 남다른 경쟁력은 철 구조물 업계에서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만평의 부지에서 나온다. 연간 10만톤의 생산이 가능한데, 여기서는 제품 생산과 출하까지 모든 공정이 한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 부사장은 "건물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철 구조물은 기본적으로 길이가 10m를 넘는데 공간이 좁으면 제품을 쌓아 놓거나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품질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다"며 "대주는 단일 공장으로는 가장 큰 만큼 제작이 끝난 제품을 곳곳에 펼칠 수 있어 공정·품질 관리가 쉬운데 이게 바로 대형화되는 건설 추세에 발맞춰 납품할 수 있는 남다른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플랜트 사업의 첫 시동을 건 것은 2004년 태안 7, 8호기 보일러 철골 시공이다. 당시만 해도 중소기업이 플랜트를 제작·시공하는 일은 드물었다. 대주중공업의 남다른 시공 능력은 주요 건설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2008년 인도네시아 씨레본(Cirebon) 발전소를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과 함께 해외 플랜트 공사에 동반 진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에 힘입어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 매출은 2010년 974억원에서 지난해 1,6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고 같은 기간 수출은 34억원에서 150억원으로 5배나 증가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10% 수준인 수출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시장 다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동 중심 플랜트 수출에서 벗어나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말 일본의 국토교통대신이 지정하는 '철구제작소대신' 인증을 따내면서 일본 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에서 '철구제작소대신' 인증을 획득하고 매년 인증 능력을 검증 받아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는 게 대주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유수의 일본 대형 건설사에서 당진 공장을 찾아 현장 답사를 다녀가고 있는데 공장 규모에 감탄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이날 일본 10대 건설사인 스미토모 미쓰이의 구매담당 매니저인 와타루 오카다 등 5명이 방문해 공장을 견학했다. 와타루 씨는 "공장 관리가 잘 되고 있어 매우 흡족하다"며 "철구제작소대신 인증 다음 단계인 S에 도전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주중공업 철구사업부가 H등급 인증을 받았는데, 상위 단계인 S 등급 획득이 가능할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최근 우리나라 철 구조물 시장은 주춤한 반면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복구 수요 증가와 함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일본 내 건설 관련 업체들이 지난 10여년간 부도 등으로 줄면서 일본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한국이나 중국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엔저 영향으로 우리 업체가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일본 시장은 우리나라처럼 최저가 입찰이 아닌 종합 평가에 따라 제값을 치르는 만큼 실력을 키워 일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