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작고 개성 있는 가게들 젊은층에 인기… 대로변 못잖게 몸값 쑥쑥

"획일화된 거리 싫다" 사람들 색다른 곳에 몰려

■ 이면도로 상권이 뜬다

홍대 상가 3.3㎡당 매매가 1억 넘어 대로변 추월

이태원 경리단·언덕길 주변 가격도 크게 올라

홍대 상권 인근 동진시장(왼쪽)과 이태원 언덕 골목은 요즘 노후 주택을 상가로 리모델링 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지역은 이면도로 상권이 급성장하는 대표 지역이다. /서울경제DB

홍대 상권 인근 동진시장(왼쪽)과 이태원 언덕 골목은 요즘 노후 주택을 상가로 리모델링 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지역은 이면도로 상권이 급성장하는 대표 지역이다. /서울경제DB

대로변 상권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이면도로 상권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면도로 상권 가격은 대로변보다 30% 이상 싸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면도로 상권이 대로변의 가격을 위협하거나 뛰어넘는 경우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실제 홍대 상권의 경우 이미 이면도로 상권의 가격이 대로변을 뛰어넘었다. 이태원이나 신사 가로수길도 이면도로가 대로변의 가격을 턱 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최근 들어 대로변의 천편일률적인 상가들에 질린 사람들이 이면도로만의 특색 있는 상가들을 찾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흘러 지나가는 곳으로 변해가는 대로변 상권=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대 이면도로 중심상가의 3.3㎡당 매매가는 1억~1억2,000만원에 달해 대로변 상가의 가격을 뛰어 넘었다. 대로변 상가 건물의 3.3㎡당 매매가는 6,000만원에서 1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처음부터 대로변 상가의 가격이 이면도로보다 쌌던 것은 아니다. 대로변 상가의 경우 가격이 큰 상승률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반면 저평가 됐던 이면도로 상가의 가격이 무섭게 오르면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홍대 대로변의 99㎡ 크기 상가는 보증금 8,000만~1억 원에 월세 500만원 수준. 이면도로 중심가의 33㎡ 크기 상가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5,000만~2억원에 월세 1,000만원 정도로 대로변의 임대료를 크게 추월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 유동인구의 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진수 글로벌PMC 상무는 "대로변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이면도로로 유입됐던 특색 있는 상가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동인구가 이면도로로 몰리고 있다"며 "홍대 대로변은 중심상가가 아니라 이면도로 상가로 가기 위해 흘러 지나가는 곳으로 변한 지 오래다"고 말했다. 이태원 부근도 이면도로 상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태원역 대로변에서 밀려난 상인들이 인근의 경리단길과 언덕길 등으로 향하면서 이면도로 상가의 가격이 크게 치솟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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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이면도로 상가의 3.3㎡당 매매가격은 5,500만원 수준으로 아직 대로변 상가의 3.3㎡당 매매가격인 7,000만원을 추월하진 못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대로변보다 이면도로가 앞으로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용산 퍼스트 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최근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이태원 이면도로 상가들을 많이 찾고 있다"며 "덕분에 지난해보다 이면도로 상가의 매매가가 10~20% 전후로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면도로 상권 인기 끄는 이유=처음 이면도로에 상권이 형성된 것은 대로변의 높은 임대료 탓이 컸다. 작고 개성 있는 가게를 운영하던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면도로로 향했고 새로운 상권을 만들게 된 것이다.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홍대 입구 3번 출구 인근의 동진시장 상권이 대표적이다. 젊은 상인들이 동진시장 근처에서 특색 있는 음식점을 내기 시작하면서 주택들이 줄지어 있던 좁은 골목길이 인기 상권으로 변신한 것. 홍대 중심 상권에서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 곳을 찾는 유동인구는 날로 늘고 있다.

매매가격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만 해도 3.3㎡당 2,000만원대였던 동진시장 뒷골목 주택의 가격은 현재 3,000만~4,000만원까지 올라갔다. 33㎡ 상가의 한달 임대료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선으로 먼저 상권이 형성된 연남동 가로수길 거리의 가격을 따라잡았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대로변의 크고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가게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대로변에서 조금 걸어 들어오더라도 색다른 매력이 있는 이면, 삼면 도로의 상권들로 유동인구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급등하는 이면도로 상권 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사람들이 이면도로 상권을 찾는 것은 그 곳만의 특색을 즐기기 위해서다"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기존의 상인들이 또 다시 버티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면 상권 자체의 특색이 없어져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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