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가 최근 신조발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일러 주가흐름이 한동안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지난 7월과 8월 신조발주 척수는 각각 58척과 33척으로 올 들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월 단 한건의 발주량도 기록하지 못하며 바닥을 찍은 뒤 선사들의 발주심리가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것일 뿐 의미 있는 발주량 회복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수주들은 신규 수주의 필요성이 더 높은 신생 혹은 중소형 조선소가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대형 조선사의 경우에는 수주가능선가와 선사들의 희망선가가 여전히 큰 차이를 보여 계약 합의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 조선사는 아직 수주잔액량이 2.5년 수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며 “선사와 조선사가 각각 제시하는 가격 사이의 괴리 및 수주잔액의 과잉 상황을 고려하면 진정한 발주량 회복은 한참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 대형 조선사의 주력 수주선종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요 감소가 조선업체 전반의 실적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염동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및 미국의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컨테이너선시장의 수급불균형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요 감소는 조선업체의 수주실적은 물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도 조선업종의 주가에는 단기간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06년 이후 대량발주된 선박 재고효과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동익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사실상 신규 수주가 중단되면서 수주잔액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잔액률이 높다”며 “실제로 벌크선운임지수(BDI)가 상승 전환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계류 중인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수가 크게 줄었는데 신규 발주는 단 1척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신규 수주가 급격히 줄면 조선주의 주가는 시장수익률을 밑돌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단기 이슈에 따른 등락을 제외하면 주가흐름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광식 교보증권 연구원도 “지난주에도 조선사들의 계약 변경과 중도선수금 납입 지연 소식이 이어지며 조선업종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이미 내년 매출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고 주가도 현재의 낮은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