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이 원유 수출대금을 미국 달러화로 결제하는 것을 전면 중단했다고 8일(현지시간) 이란의 ISNA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골람 호세인 노자리 이란 석유장관은 “현재 원유 판매의 달러화 결제는 완전히 중단됐다”며 “달러화가 계속 평가절하되는 상황에서 산유국들은 더 이상 달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앞으로 원유 수출시 결제통화를 달러화 이외의 다른 통화로 바꿀 것이라는 방침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로화와 엔화 둘 중 하나가 유력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디르함화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이유로 중동 우방국 및 유럽 국가들에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반격으로 풀이된다. 또 달러 약세를 계기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지난 수년간 원유수출의 달러화 결제를 점차 줄여 현재는 그 비중이 15%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란이 생산하는 원유의 20%를 수입하는 일본은 이란에 엔화로 지불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도 베네수엘라와 함께 중동 국가들의 달러페그제를 통화바스켓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