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자금투입 부실기업 ‘비리 백화점’

회사쪼개 매출 `뻥튀기`…처가재단에 출연도 진로그룹 등 제4차 공적자금비리 수사에서 적발된 부실 기업들은 무분별한 기업확장에 따른 불법 계열사지원, 분식회계 등을 통한 차입경영이 부실의 근본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화의 및 법정관리 상태에서도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극심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였다. 불법 계열사 지원 및 무차별 차입경영 진로그룹의 경우 모기업인 ㈜진로가 매년 2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알짜기업 임에도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한 것이 결국 도산으로 이어졌다. 9개 부실기업을 인수한 진로그룹은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종금사를 통해 매입해주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회계장부상에는 종금사 대여금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자체 발행한 CP를 계열사에 빌려줘 사용하게 하고도 CP발행 사실을 누락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 또 사주가 가져간 회삿돈 1,000억원을 대여금 처리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진로 결산에 앞서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려 대여금을 변제하고 계열사 결산일이 다가오면 다시 ㈜진로에서 돈을 빼 갚는 수법을 동원했다. 진로재팬, 진로홍콩 등 알짜 해외계열사의 자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외자유치 형식으로 위장 반입해 계열사를 지원하기도 했다. 고합그룹은 80년대 말부터 중국 화섬업계가 급부상,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자 같은 회사를 생산공정별로 4개의 회사로 분리시켰다. 고합은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매출로 잡히는 회계상 맹점을 이용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했다. 그 결과, 98년 7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돌입 당시 4개사의 청산 자산은 3조992억원인 반면 부채가 5조6,468억원에 달했다. 해도 너무한 도덕적 해이 진로그룹은 화의채무 이행자금 마련을 위한 부동산 매각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임원 접대비 등으로 사용했다. 진로 경영진은 비자금 중 3억원은 임원 22명이 나눠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특히 부사장 한모(55ㆍ구속)씨는 5억원을 개인 주식투자금으로, 수천만원은 아파트 분양청약금으로 사용했다. 고합 장치혁(71ㆍ불구속) 전 회장은 98년말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공금 7억5,000만원을 빼내 쓰는가 하면, 계열사 자금 30억원을 처가 상임이사로 있는 모 선교재단에 출연했다. 건영그룹의 경우 법정관리인까지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법정관리인 조모(66ㆍ불구속)씨는 그룹이사와 공모, 공사비 과대계상 등의 방법으로 5억원의 부외자금을 조성, 이 중 3억원을 주택재개발조합장 전모(62ㆍ구속)씨에게 뇌물로 전달했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두드러졌다. 열린금고 전 대표 손성호(52ㆍ구속)씨는 동신그룹 회장 노진각(43ㆍ구속)씨에 의해 부회장으로 영입된 뒤 전 직장을 상대로 사기대출 창구역할을 하는가 하면 여신담당 이사, 총무이사 등 열린금고 임직원 상당수가 불법대출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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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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