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한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관변연구소와 학계 등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론과 구조조정 우선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논쟁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경기부양론자들은 세계경제 침체에 미리 대비해 재정적자 확대, 추가금리 인하, 세제 감면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기부양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철저한 구조조정’만이 최고의 경기부양이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두주자.
양측은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강 원장은 지나친 경기침체는 오히려 구조조정에 장애가 된다며 경기급락의 충격을 막을 수 있는 정도의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운찬 교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구조조정밖에 없다며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은 오히려 시장제도의 발달에 저해된다고 주장한다. 동일한 현실 상황에 대해 상반된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 것.
강 원장은 최근 “수출이 마이너스를 계속 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재정정책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5조~10조원(GDP의 1~2%) 범위 내에서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기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임대주택 건설ㆍ교육시설 확충ㆍ댐 건설 등 공공투자를 늘리고 주택경기와 R&D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세제 감면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구조조정론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정 교수는 13일 세계인재개발원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개최한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계속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구조조정이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의 시장개입이 경기부양으로 나타날 경우 시장 실패를 치유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장제도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