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실수도 당첨취소 날벼락 "인터넷 청약 보완해야"
작년 인터넷 청약 보편화 이후 피해자 늘어부적격 당첨땐 통장 효력상실등 불이익 막대"청약자 억울한 피해 막게 시스템 개선 필요"
김문섭 기자 lufe@sed.co.kr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 도촌지구에서 평균 11대1의 경쟁률을 뚫고 ‘휴먼시아’ 아파트에 당첨된 무주택자 이모(43)씨. 부푼 마음으로 적금까지 깨서 계약하러 갔다가 ‘당첨이 취소됐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들었다.
모든 자격 요건을 갖춘 이씨가 ‘부적격 당첨자’ 판정을 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인터넷으로 청약할 때 서울 거주자면서도 ‘기타 지역’이 아닌 ‘당해 지역’으로 선택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당해 지역이 맞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크게 낙담한 이씨는 담당직원의 이어진 설명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당첨 취소는 물론 무려 12년 동안 꼬박꼬박 부어온 청약저축 통장을 더이상 쓸 수 없고 통장을 새로 만들어도 앞으로 5년간은 청약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씨는 “청약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단순 실수를 했을 뿐이니 통장만이라도 살려달라”며 매달려봤지만 직원들도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11일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인터넷 청약이 보편화된 후 의도하지 않은 ‘허위 입력’ 때문에 부적격 당첨자로 판명되는 선의의 피해자가 크게 늘고 있다.
부적격 당첨자가 되면 당첨에 관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는 동시에 당첨자와 다름없는 지위로 인정돼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청약통장은 이미 사용해버린 통장으로 간주돼 효력을 상실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일 경우 5년간 1ㆍ2순위가 될 수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구라면 재당첨 금지기간도 10년으로 늘어난다.
허위 입력의 고의성 여부와 잘못의 경중을 떠나 이처럼 무거운 제재가 가해지게 된 것은 지난해 판교 신도시 분양 당시부터다. 청약과열과 ‘묻지마 청약’에 대한 우려 때문에 허위 입력자에 대한 제재가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 인터넷 청약제도의 전면 도입으로 갖가지 입력실수가 잇따르자 과도한 불이익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씨처럼 지역입력 항목에서 실수한 경우 또 다른 입력사항인 ‘주소지’와 자동 비교하는 간단한 시스템만 갖췄더라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현장 청약처럼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인터넷 청약의 한계를 감안해 청약시스템을 세심하게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판교 1ㆍ2차 분양에서 부적격 당첨자는 모두 1,140여명(7.2%) 수준으로 대부분 무주택 자격이나 세대주 요건에 문제가 있었지만 단순 입력 실수도 적지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도촌지구의 경우 일반공급분 당첨자 316명 중 7명이 이런 사유로 부적격 처리됐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 인터넷 청약실수에 따른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검토해봐야겠지만 단순실수를 가려내거나 불이익을 차등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1/11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