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값등록금, 차등지원 방식이 낫다

새누리당이 소득수준에 따라 대학등록금 지원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 하위 20%는 전액 지원하고 하위 20~40% 계층에 대해서는 75% 감면하는 등 소득에 따라 지원금액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평균적으로 대학등록금 부담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다르다. 등록금 부담이 아니라 등록금 수준 자체를 절반으로 줄이는 형태다. 정부재정 지원과 대학재정 운용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고 한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해놓았다.


여야의 서로 다른 접근법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대학등록금 자체를 획일적으로 절반으로 낮추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현재 우리 교육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대학의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다. 등록금 반값 인하는 이와 상치되고 가뜩이나 높은 대학진학률을 더 끌어올리는 역기능을 초래한다. 인하혜택이 중∙상류층에게도 주어짐에 따라 지원이 집중돼야 할 가난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보게 되는 것도 문제다. 요컨대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데도 대학 경쟁력은 떨어지고 고등실업자만 양산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 기회 확대의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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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등록금 일괄인하가 아니라 소득에 따른 지원 차등화가 타당한 방향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체적인 등록금 수준은 크게 낮추지 않으면서 소득수준에 따라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옳다. 빈곤층 학생은 전액 감면하고 부유층 학생은 전액 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식이다.

보육지원 역시 소득에 따른 차등화 방식이어야 한다. 전면 무상보육을 포기하고 상위 30%에 대해 일정 부담을 지도록 하는 정부의 최근 방향선회는 만시지탄이다. 여야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소득별 차등화로 했어야 마땅하다.

세수감소를 의미하는 저성장시대에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여러 분야에 복지정책을 펴려면 일단 가장 취약한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고 나서 여유롭게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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