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의 폭등세는 놀라울 정도다. 불과 이틀새 달러당 20엔까지 치솟았다. 3년이상 지속된 엔화약세국면이 엔화강세로 돌변한 것이다. 당장 일본제품과 경합을 벌이는 한국의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전자 등 주요 수출품들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전선에 파란불이 켜졌다. 엔화가치가 10%만 절상되더라도 수출이 연간 80억달러가 늘어나고 경상흑자도 15억~37억달러가 증가한다고 하니 수개월째 수출이 줄어 애타던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다.
엔화강세는 국제금리와 유가의 하락세와 함께 찾아와 신3저(新3低)현상의 도래에 대한 기대도 낳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데 이어 영국도 8일 금리를 내려 국제금리의 하락세는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 세계 경기가 더 악화되지않고 나아져 우리의 수출환경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국제금리가 내릴 경우 막대한 외채상환부담이 줄어들어 또 하나의 짐을 덜게 된다. 외자유치도 한결 쉬어질 것이다. 저유가가 계속 되면 수입비용을 크게 줄여 외화절약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고민을 한꺼번에 풀어줄 신3저의 효과들이다. 60년대 경제개발 시작이래 어려울때마다 해외에서 실마리가 풀렸던 우리 경제의 행운이 이번에도 찾아오는 것인가.
그러나 이런 모든 기대가 현실화되려면 엔화강세가 지속돼야 한다. 미국경제가 중남미 경제위기와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투자손실 등으로 둔화조짐이 뚜렷해지고있는 반면 일본은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가 확실시되고 새로운 경기부양책발표로 불황탈출의 실마리를 찾고있는 사실로 미루어볼때 엔화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은 것 같다.
그래도 최근의 엔화상승폭은 지나친 감이 있다. 미국경제에 이상조짐이 나타난 틈을 타 국제투기자금이 과잉반응해 달러가 폭락했다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와 루빈 미재무장관 , 미야자와 일본대장상 등이 모두 최근의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엔고가 지속될 경우 일본산 자본재 수입가격이 높아져 우리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는 점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엔화강세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되어 신3저가 정말 도래한다 하더라도 호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냐가 중요하다. 지난해 외환위기가 터졌을때 80년대말의 3저호황과 90년대초의 초엔고때의 좋은 구조조정 기회를 놓쳤다며 탄식했던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호기는 오히려 거품을 부풀리는 역효과만 초래했던 것이다. 대외경제여건의 호전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는 빌미가 되면 호재는 악재가 되고 외환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
엔고로 대일수출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들떠있지만 일본기업들은 이미 달러당 100엔대이상의 엔고에도 견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신3저가 구조조정의 비용을 줄여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만 엔고가 지속될 경우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도 우리하기에 따라 약도 되고 화도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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