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한국 증시 '쇼핑' 끝냈나?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쇼핑은 끝났나(?)" 지난달 중순 연이은 '블랙데이'시점부터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쓸어담기'가 벌써 끝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2일 개장 직후 1,390선 부근까지 반등했던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10분 현재 1,360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 10일만에 '팔자'..가격부담 다시 느낀 듯 = 1월19일 이후 연 9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시간 현재 494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10일만에 처음으로 '팔자'로 돌아섰다. 전날까지 맹렬한 '사자'움직임을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왜 갑작스럽게 한국시장에 대한 시각을 바꿨을까.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외국인들이 다시한국 주식에 대한 가격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점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 이어 1월 들어서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지속, 1,400선마저 뚫자 진입기회를 찾지 못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블랙데이'폭락장과 원.달러 환율 강세라는이중 호재를 배경으로 맹렬한 매수에 나섰지만 시장이 다시 급반등하며 1,400선에재도달하자 추가 매수에 나설 유인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지수가 1,300선으로 밀린 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등 대형 기술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대거 사들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와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지수가 1,400선으로 재반등하면서 다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들의 주매수대상인 시가총액 상위 30위권 내 주요 종목들은 삼성전자가 한 때 74만원대에 도달하는 등 대부분 폭락장 이전보다 주가가 더 오르며 사상최고점을 넘어섰거나 비슷한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 증시 주변 여건도 비우호적 = 가격 메리트의 상실과 더불어 환율 강세를 노린 평가익 기대감을 제외하면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지속시켜 줄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의 연이은 '사자'행진을 멈추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빠르면 1월말 종료가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 흐름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이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쪽으로 결론지어지면서 외국인 유동성의 흐름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팎의 거시지표들도 썩 긍정적이지 못해 미국의 작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1.1%에 머문 것으로 나타난 데다 당장 한국의 수출 증가율도 환율 등의 영향으로 7개월만에 한 자릿수로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다. 대한투자증권 김대열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대량 매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마무리 기대에 따른 유동성 유입에 힘입은 바 크다"며 "그러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외국인의 추가 매수여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이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부진이 일부 현실화되고 있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블랙데이' 이후 적극 매수에 나섰던 투자 주체들과 작년부터 한국증시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투자 주체들이 다를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거시지표의 악화로 투자자들이 일부 위기감을느끼고 있는 것과 함께 폭락장 이후 한국 증시에서 강한 매수를 보였던 주체들이 어느 정도 매수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국 증시에서 매도세를 보였던 투자 주체들이시장 전면에 부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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