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에 뽑힌 고객에게 무려 7%의 고금리 수신상품을 제공한다거나 농구대회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은행권의 예금상품 금리인상 경쟁이 이벤트화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특판예금 판매경쟁은 채권시장의 실세금리가 오르고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것이다. 최근의 수신금리 경쟁으로 4% 안팎에 불과했던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5%선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은 은행권의 출혈경쟁을 재연시키고 이제 막 정착된 수익위주 경영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저축예금 가입고객 가운데 300명을 추첨, 3개월 동안 연 7.0%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고 22일 밝혔다. 일반 저축예금 가입자의 수시입출금 금리가 연 0.2%라는 점을 감안할 때 7%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계좌당 평균잔액이 500만원 이상이고 급여이체를 등록한 고객 가운데 당첨자를 선발해 ‘단골잡기’에 나선 것. 우리은행은 오는 12월과 내년 3월, 6월에도 이 같은 이벤트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에는 확정금리 연 4.7%의 정기예금과 코스피200지수 및 개별종목 주가에 연동한 지수연동예금을 통합한 ‘E-챔프 2호’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21일 소속 여자농구단 우승 이벤트로 27일까지 연 4.5%의 고금리 맞춤 정기예금 상품을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또 기존 에이스채권의 만기 2년 금리를 4.6%에서 4.8%로, 만기 3년 금리는 4.8%에서 5.0%로 각각 0.2%포인트 인상했다. 사실상 정기예금 금리 5%시대에 돌입한 셈이다. 하나은행도 20일부터 30일까지 최고 4.5%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예금 판매를 시작했고 농협도 4.5%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예금 판매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국민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9월12일 SC제일은행이 출범하면서 이벤트성으로 시작된 특판예금 전쟁에 씨티은행이 즉각 가세한 데 이어 채 한달도 되지 않아 대다수 은행이 특판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 가장 큰 우려는 당장 일선 영업점에서 영업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일부 직원은 “본점 직원들이 나와 영업 한번 해봐라”고 말할 정도로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제한적인 특판예금 판매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지수연계예금(ELD)인 ‘리더스정기예금’을 통해 예금 인출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5%대 예금상품이 등장할 경우 리더스정기예금까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라며 “현재까지는 특판예금 판매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판예금 과열경쟁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전면전 양상으로 가진 않았지만 일부 예금에 국한됐던 금리인상이 전 상품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금융채 발행금리가 5%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예금금리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면서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를 올리느냐에 따라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