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
무슨 소설 제목 아니냐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건 한 아이스크림 업체(기린 본젤라또)가 최근 내놓은 빙과 이름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먹거리 제품 특징을 길게 풀어 쓴 서술형 이름 짓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시장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는 꽤 됐지만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롯데)의 빅 히트 이후 품목에 관계없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름은 길지않고 함축적이야 한다는 게 통념이었으나 적어도 식품 분야에서만큼은 그 통념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할인점 식품매장을 둘러보면 유난히 긴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CJ)는 무려 7음절, 18자 작명으로 추억어린 옛맛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서울우유의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신선함이 생명인 우유의 특징에 맞물려 제품의 강점을 부각시킨 사례로 꼽힌다.
CJ의 건강음료 시리즈는 '통째로…' 서술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통째로 갈아넣은 인삼유 한뿌리'는 120㎖ 한병이면 인삼 한뿌리 영양을 흡수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으며, 그외에도 '통째로 갈아넣은 홍삼유 한뿌리'와 '통째로 갈아넣은 마'등 유사한 제품 특징을 앞세우는 이름들이 있다.
'의치에 붙지 않는 자일리톨 휘바'(롯데)라는 이름의 껌도 있다. 주로 노년층을 겨냥한, 직설적인 작명 사례로 분류된다.
그밖에도 '몸이 가벼워지는 17차(茶)'(남양), '자연은 365일 레드 오렌지'(웅진), '기름에 안튀긴 면'(삼양), '녹두국수 봄비'(농심), '소화가 잘 되는 우유'(매일)등 서술형 제목의 상당수 제품들이 시장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제품들이 경쟁하다보니 웬만해선 소비자 눈길을 끌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이에 식품업계가 꺼내 든 게 바로 길고, 솔직한 이름"이라며 "이러한 제목은 작은 틈새시장 공략에도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