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6일] 재정 정책 성공하려면

정부의 재정 정책 방향이 혼란스럽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만을 놓고 보면 하루가 다르게 정부 재정의 운영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동안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린다고 하더니 갑자기 아니라고 하고 또다시 할 거라고 한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언가 하기는 할 모양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는 한편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정 지출과 감세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이전 참여정부하에서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이기도 하다. 지난날 정부와 야당의 격론이 이제는 정부 내 논쟁이 돼버린 격이다. 예나 지금이나 재정 정책 논란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적 성격이 강하다.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재정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경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국내 경제의 근본 문제는 성장률 하락에 있다기보다 한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서 찾아야 한다. 성장률로만 본다면 국내 경제는 지난 2년 연속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성장을 실현했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한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균 5% 성장을 경제 전반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데 그 연유가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주요 수출 대기업과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다수 내수 중소기업 간의 경기 격차가 성장률의 상승 기조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황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성장 원동력을 잃고 경기 침체의 음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취약 부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 문제를 그간의 성장 과정에서 잉태된 구조적 결함으로 파악할 때 정부의 재정 정책은 단기 부양 측면과 중장기 구조 개선 성격을 동시에 고려해야 마땅하다. 교과서적 논리나 자기 주장의 관철을 위해 논점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한 쪽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재정 지출 증가와 감세 양 정책의 시간적 조화와 내용적 보완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 대책을 찾는 방법이다. 당장 실업과 경기 침체로 생활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경제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대한 살 길을 찾아줘야 한다. 국내총생산 900조원 국가 예산 260조원, 그리고 500조원을 상회하는 시중부동자금을 감안하면 정부가 투입하려는 세계잉여금 4조원이 물가 불안과 국가 채무 증가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기우로 여겨진다. 오히려 마른 펌프에 소량의 물을 부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재정 지출 확대로 기대할 수 있다. 경기 활성화 기운이 감돌게 되면 감세 정책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경기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은 감세의 목적인 투자와 소비의 지출 증대 심리를 그만큼 높여주기 때문이다. 감세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단순한 성장률 상승보다 경제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감세를 통해 국내 경제 소비와 고용의 주축인 중산층 이하 소비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어야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조화로운 성장이 이뤄진다. 지금 새 정부는 정책 조절 기능이 없다는 비판을 또다시 들어야 할 판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각 경제부처 간에 정책 조율이 안되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들이 논의되더라도 경제에 불확실성만 확산시킬 뿐이다. 새 정부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가장 큰 명분은 서민 경제 살리기다. 국내 경제를 보는 올바른 시각을 정립하고 경제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직시해 재정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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