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열풍은 기성 정치권을 섬뜩하게 했다. 풍자나 개그 차원을 넘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까지 이슈로 만들며 정치권과 언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나꼼수'는 2040세대에게는 그동안 없었던 소통의 짜릿함을 선사했다. 배설의 욕구와도 같은 막말 방송은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2040세대의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기성세대에게 나꼼수는 불편하다. 예의도 없으며 나이든 세대를 모두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는 논리의 비약은 거슬린다. 그래서 나꼼수식 2040세대의 감성적인 비판에 기성세대는 귀를 닫는다.
그러나 나꼼수는 분명 우리 사회에 새로운 대안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언론이 하지 못한 역할을 대신하며 '배설'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고 일종의 소통역할도 한다. 간지러운 곳을 콕 집어 긁어주듯 시원한 나꼼수의 말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나꼼수가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와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며 풍자라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제공하며 경직된 우리 사회에 변화를 줬다는 점과 정치에 관심을 끌게 했다는 점은 긍적적이다. 하지만 나꼼수식의 소통은 일방적이고 위험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나꼼수에 대한 비판은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내에서도 제기된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제기한 나꼼수를 향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 것"이라며 "제발 경쾌하고 유쾌하게 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며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나꼼수의 소통은 젊은 층에게는 목적이 뚜렷하다는 호응을 받기도 하지만 정치를 선악(善惡) 구도로 설정하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이명박(MB) 정권은 무조건 악이고 무조건 반대하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단순함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모순을 무시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문제라든지, 관료의 문제라든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나꼼수는 MB만 없어지면 모든 게 다 되는 것처럼, 야권이 집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꼼수가 일종의 난장(亂場)과 같은 소통이라면 20대가 열광한 '청춘콘서트'는 보다 정형화된 틀 안에서 20대의 속풀이를 이끌어냈다. 안철수 열풍의 근원이기도 했던 청춘콘서트는 20대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지금 20대가 가지고 있는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기성세대와 우리 사회의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비켜간다. 1%의 세금을 더 걷어 99%의 일자리를 해결할 수 없고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말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2040세대의 소통은 위험하다. 온갖 음모론도 사실로 쉽게 믿어버리고 잘못된 문제지적도 소통을 거치며 마치 이것만 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으로 과장된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린 정치권의 거짓말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2040세대의 소통이 또 다른 음모를 확대 재생산하기도 한다.